생명의 전화는 전화상담이기 때문에 갖는 편리성 · 즉시성 · 비밀성 · 보편성으로 하여 우리 현대인들에게 쉽게 가까와 질 수 있었다고 본다.
또한 전화이기 때문에 목소리로만 상담해야한다는 제한성은 도리어 얼굴을 맞데지 않았다는 것과 자신을 노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필자를 아는 이들이 가끔 묻기를 내담자들의 내용이 어떤 얘기냐고 호기심을 보일 때가 있다.
상담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을 지켜야 하므로 얘기거리로 삼을 수는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고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모두 다 등장되고 있다고 얘기해 준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람들이 상담원이냐고 묻는다. 역시 특정한 전문성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주고 받을 줄 아는 자원 봉사자의 자격에 대해 애기해 준다.
남의 고통에 참여하여 사랑과 고통을 느끼게 되는 은혜는 무한한 가치가 있다는 걸 꼭 얘기해 준다.
전화 상담원들은 전도나 예언이나 다른사람의 행동을 심판하도록 부름 받은 사람들은 아니고 전화자들에게 사랑과 관심과 친절로 봉사하기 위해 부름 받은 것이다.
성경에 너희는 씨만 뿌려라 거두는 이는 하느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그 결과까지 책임지려고 근심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겠다.
공중 전화를 이용할 수 밖에 없어서 3분이면 끊어 지는 안타까움으로 전화자와 함께 괴로왔던 때도 있었다. 다른 이용자들 때문에 끊어진 공중 전화 앞에서 통화중이란 신호를 끈질기게 참아가며 10통화를 나누던 그 청년의 처절한 호소를 가슴아프게 새기고 있다.
생명의 전화는 애초에 기독교의 신앙을 바탕으로한 차원에서 시작되었고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복음의 빛에서 대화하는 사랑의 관심이 저변에 깔려 있음으로 해서 상담원들은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서약을 한다.
1, 나는 예수그리스도가 나의 구세주시며 주 되심을 믿는다.
2, 나는 나 자신이 신앙과 공동의 기도로 성결케 되어 하느님의 은혜를 전달하는 자가 되고자 한다.
3, 나는 성서 연구를 통해 기독교의 지식을 넓히며 매주 예배에 참석한다.
4, 나는 생명의 전화가 지정해 준 장소에서 봉사의 책임을 다하도록 노력한다.
5, 나는 생명의 전화 운동의 모든 규칙을 준수한다.
이 다섯가지 서약 내용은 곧 생명의 보살핌은 생명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아가페적 사랑에 기초하고 있다는 생명의 전화의 존재론적 근거가 된다고 본다.
생명의 전화의 상담원들이 거의가 기독교인이고 또 일부 비신자가 포함되어 있다손 치더라도 상담원 자신이 어떤 보살핌이 필요할 수 밖에 없을때 기도하라고 만찬회에서 성원해 주신 김수환 추기경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정말로 하느님이 계신다면…』
그날 추기경은 비신자들도 이런 서두로 시작할지 라도 기도만이 오직 우리들 자원 봉사자인 상담원들에게 힘과 용기와 기쁨을 주는 것임을 강조했던 것이다.
한국에 있어서 생명의 전화 운동은 종교적 차별이나 교리에 대한 수락 여부와 같은 근시안 적인 차원에서 가아니라 생명 존엄의 기본 철학으로서 폭넓은 가치관 형성을 위해서라면 기독교적 정신에 입각한 신앙적 차원은 반드시 유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택시 운전대 옆에 생명의 전화 스티카가 부착되어 있는걸 보고서 반가운 마음에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어떤 종류의 내용이라도 다 받아 준다더군요 노는 날도 없고 밤새껏 전화로 얘기를 할 수 있는 곳이라는군요』
그 운전 기사의 설명을 열심히 들으며 택시 안의 필자는 사명감 같은 기분에 젖었었다.
생명의 전화가 한국 사회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로 현대인은 알게 모르게 위기 속을 걸어가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이러한 시민 생활의 위기에 개입하는 예방적 의의라 하겠다.
둘째로 사회적인 봉사 활동과 인연을 맺음으로해서 자신의 승화 단계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게 되는 자원봉사자의 사회적 공헌이라 하겠다.
중년층의 정착된 사회적 위치와 경제적 안정을 내 가정을 지키는데만 쓰지 않고 사회적 활력소로 전환시킴으로써 새로운 삶의 비전을 가져다 준다는 점에서도 40대의 주부가 상담원으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다.
생명의 전화와 같은 운동이 좀 더 확대되기 위해서는 참여 하고자 하는 자원 봉사자들의 적극적인 개발도 무시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된다.
지난 해 石井完 一郞(日本 京都大學 카운슬러)씨가 내한 했을때 『최근 20년 동안에 1백15명에 달하는 자살 쿄오토오 대학생 중 학생 상담실을 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30%가 넘었으며 그 중에서 내 자신이 직접 상담한 것이 19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참담한 패배의 역사」라고 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결국 예방할 수도 있었던 학생이 19명이라고도 보아야할 것이며 상담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도 보여준다.
그러나 상담으로해서 꼭 자살 하려던 상당수의 학생의 구제도 짐작할 수도 있다는 말도 된다. 19명 외의 70%인 나머지 학생은 상담실 한번 찾지 않았음은 큰 비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도움은 전화처럼 가까운 곳에」라는 구호로 생명의 전화 운동은 서서히 펴져가고 있다.
자라고 더욱 커서 영원한 상록수로 깊게 깊게 뿌리를 내릴 것이다.
전화자들의 상담 얘기에 비판이나 훈계를 위하여 전화대 앞에 앉지 않는다.
사랑으로 누구든 부서지게 하여 그리하여 금빛으로 떠는 새 아침을 다시 차지 하게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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