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성소(聖召)가 있는가? (여기서 성소란 사제나 수도자 성소만을 말한다) 이 문제는 성실한 신앙생활을 하는 젊은이라면 대개 한 두번 이상 자문해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성소 식별의 일반적 기준은 내가 사제나 수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기쁨과 평화를 불러일으키는가에 둘 수 있다. 즉 어떤 길이건 다 좋지만 나에게 있어서 적어도 사제나 수도자의 길이 다른 길보다도 좋고 더 기쁘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그 원인이야 천차 만별이겠고 또 순수하지 못한 동기로 위장 또는 잠재되어 있을 수 있다.
또한 그 기쁨이 때로는 어려움을 각오한 것일수도 있다. 이것은 성소 식별을 위한 지향의 고귀성을 위한 방법적인 희생 감수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성소에 응답하기 위한 근본적인 태도는 하느님의 나라 건설을 위한 소명의식으로서, 하느님과 이웃 형제들에 봉사하기 위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는 개방적 자세와 몰아적 자세이다. 이러한 자세 에로의 지향은 처음부터 요구 되는 것은 아니고 수련 과정에서 형성되고 다듬어져야 할 지향이라고 본다.
어쨌든 주관적인 견해에 있어 성소는 주님과의 기쁨의 대면이어야 한다. 주님의 부르심은 매우 은밀하고 개별적인 방법으로 와 닿는다. 그러므로 그것은 기쁨의 응답을 요구하는 것이다.
성소식별에 있어 불순하고 성숙되지 못한 동기는 정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자신의 지위나 명예, 또는 내적, 외적 갈등 해소의 방편으로 이길을 원하는 것은 자기 중심적 이기주의에서 출발하게 되므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성소생활의 중요한 기준은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성소 생활의 현행 교회법적 기본 요구 조건은 독신생활 이기 때문에 공동체 생활 자체도 사실 성소 식별을 첫 기준은 될 수 없다.
비록 형제적 사랑이 아름답고 귀하지만, 또 서로의 영적 · 인간적 발전과 성숙을 위해 필수적 방법이긴 하지만, 개인의 좌절과 갈등을 깊이 보완 시켜 줄 만큼의 밀도 짙은 애정의 교환을 가정생활에서 처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독신 생활의 궁극적 의미는 하느님과 단둘이 마주앉는 생활에서 찾아야 한다. 거기에는 인간적 애정적 밀착을 도구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인간적 고독은 면할 수가 없다. 공동체생활을 통해 오직 한 분이신 그 분을 발견하고 또한 그분을 사랑함으로써 형제를 사랑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라 보겠다.
왜냐하면 인간으로서 구체적 대상으로서의 한 존재에게 마음과 사랑을 주지 않고 여러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소 생활에 있어서는 절대자이시고 사랑 자체이신 그 분과 마주 앉는 시간이 가장 좋은 시간이 되지 않고서는 성소의 근거를 상실하고 만다. 그분과 마주 앉는 시간이란 곧 기도하는 시간이요, 주의 말씀을 듣는 자세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결국 성소의 근거는「주님의 말씀」에 있고 그 부르시는 말씀에 응답 하는 것이 곧 성소생활이라 하겠다.
주님의 부르심은 개개인에게 있어 매우 고유하고 특수한 소명을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고유한 카리스마를 발휘 시킬 수 있는 공동체의 선택은 각자의 지혜로운 분별력이 요구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최종적 성소 식별은 전통적으로 교회의 장상이 하게 되었고 따라서 부르심의 형태는 교회의 장상을 통해 결정적으로 이루어 성소 식별에 저지를 경우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다. 그 책임은 개인이 져야 하겠지만 그러한 경우에도 하느님의 소명은 개인에게 있어 특수한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성소는 개인에게 있어 가장 고귀하고 값진 것이요, 하느님의 거룩하신 뜻이 개인을 통해 나타나고 성취 되는 것이기 때문에 각자가 이를 엄숙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할 뿐 아니라 제 삼자로서 이를 경솔하게 다루지 않을까 거듭 거듭 숙고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나는 내양들을 알고 내 양들도 나를 안다』(오늘 미사 복음·요한 10장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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