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 신자 한 분이 기증한 모과 나무 다섯 그루를 지난 3월 성당 구내에 심었다. 제법 자란 나무였지만 그 동안 전지하지 않고 방치해둔 결과 열매가 전연 맺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옮겨심으로 제법 많이 전지를 했다. 이제 예쁜 분홍빛 꽃들이 피고 지고 했으니 올해엔 많은 열매를 맺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예부터 이미 포도 농사를 지어온「이스라엘」인들에게 예수님의 포도 나무 얘기는 매우 알아 듣기 쉬운 말씀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지난해의 묵은 가지를 잘라 주고 열매 맺지 않는 가지는 베어 주고 또 열매를 더욱 알차게 맺는 가지도 잘 가꾸어야함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이 참포도 나무임을 상기 시키시며 당신에게서 잘려 나가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신다.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주님을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장 5) 주님께 대한 믿음과 열매 맺음으로 그 분께 붙어 있어야 한다.
또한 열매 맺는데 장애가 되는 불 필요한 겹가지는 잘라버려야 한다. 미련을 갖고 불필요한 많은 것에 매이거나 떠밀리며 사는 것이 오늘의 생활이 아닐까? 우후 죽순격의 주장과 사상 온갖 좋은 날말과 구호의 총동원, 좋다는 온갖것 속에서 참으로 좋은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내야 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고, 새로운 것도 많고,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되는 것은 없고…열매 없는 빈가지를 구호 남발의 시대…이젠 많은 것들을 잘라내고 중요한 핵심을 강조해야 할 때이다. 참으로 소중하고 참으로 귀한 것이 무엇인가?
믿음과 희망 사랑을 우리는 向主三德이라고 한다.
주님께로 향하도록 창조된 인간이 그 본 목적에 도달키 위해 참으로 요구되는 것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다. 참으로 인간 다와지기 위해서는. 또 광주 사태나 부마사태, 의령 사건과 같은 일이 재연되지 않기 위해서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이 사회에 깊이 뿌리 박혀야 한다. 지도자를 믿지 못하고 이웃을 믿지 못하는 사회라면, 노력하는 성실한 사람이 바랄 것이 없는 사회라면, 진정 서로를 아끼고 사랑 해주는 사회가 아니라면 어디 그런 사건이 그것으로 끝나고 말겠는가?
역사에 남을 이러한 끔찍한 사건들은 이 사회가 그만큼 깊이 병들었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메말라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찾아오는 사람들을 하나같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봐야 하는 한심한 시대라면, 혼자 여행 하다가는 간첩으로 오해 받기 쉬운 사회라면, 아무리 일해도 먹고 살기 어려운 세상 이라면, 친절을 베풀어도 사기꾼인가 의심 받아야 하는 인간관계라면, 노인우대증ㆍ의료보험증 등이 불편한 관계만을 만드는 제도라면, 그 근본에는 믿음과 사랑이 메말라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진실한 이가 바로 취급받고, 성실하고 약속에 충실한 이가 항상 손해보는 사회라면, 진실과 양심이 불신 받고 배척되는 사회라면 그 지도체제나 교육체제는 문제삼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곳에서 좋은 열매가 나오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나 나쁜 열매를 맺는 나무는 잘려지고 버려지고 불태워 진다.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가득히 열매 맺지 못하는 곳에는 그리스도의 생명이 자랄 수 없다. 주님 부활은 우리에게 새 생명을 불러 주었고 믿음과 희망과 사랑으로 이를 키워나가도록 요청받고 있다.
모든 사랑이 주님을 향해 나갈 때, 이 땅에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가득찰 때, 구원의 생명과 열매가 가득 해 질 것이다.『땅 이란 땅끝마다 돌이켜 야훼께 돌아오리라』(오늘 미사층 계송ㆍ시편 21편 28)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