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글을 끝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그 동안 별로 좋지도 않은 글로 아까운 지면만을 할애한 것이 못내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한 두가지 이야기를 쓰고 이글을 끝맺으려 한다. 주일학교 교사와 그의 세속 직업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그동안 주일 학교를 해오면서 갖가지 직업을 가진 많은 교사들을 보아 왔지만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물론 상식적으로는 사회적인 교육을 더욱 많이 받은 사람,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주일학교 교사를 하면 더 잘할 것으로 생각 된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중학을 졸업한 뒤 어떠한 이유에서 인지는 몰라도 구두 닦이를 하던 한 청년이 우리 주일학교 교사를 한적이 있다. 우리는 일종의 선입관에서 약간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는 아주 훌륭하게 교사일을 해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로 왜 하필이면 무식하고 거칠은 자들을 택했는지 그를 통해 우리는 더욱 확실히 깨달을수 있었던 것같다. 언젠가 주일학교 봄 소풍을 야외로 나갔을 때 그 화창한 봄 날씨에 알록 달록 예쁜 옷들을 입고, 줄을 지어 행진 하는 아이들을 보고 그는 자신이 마치 천국에 와 있는것 같다고 나에게 말한적이 있다. 순수하고 맑은 아이들의 웃음의 행진. 길가에 핀꽃들, 아름다운 대자연, 화창한 날씨 등이 참으로천주님의 따사로운 은총을 듬뿍 느끼게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그때의 그 평화로움, 주님의 따사로운 은총, 그는 언제나 주일학교에서 그것을 보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아이들 하나 하나를 마치 어린 천사와 같이 생각하고 대했다. 구두 닦이를 하면서 그는 누구 보다도 세상의 온갖 거칠고 추한 모습을 많이 보기에 평화로운 주일학교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천국을 강하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교리시간에 모자라는 지식을 (사실 그는 교리 실력이 많이 있었다)그는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실을 가지고 더했다. 또한 주일 학교의 온갖 궃은 일을 혼자 도맡다 시피 자진 해서 했다. 그는 주님께서 맡긴 한 탈란트를 두배 세배로 늘렸던 것이다.
요즘음 소위 법과 대학생이라는 나는 어떤가? 주께서 나에게는 달란트 세 개를 맡기셨는데 늘리기는 커녕 오히려 앉아서 까먹고 있는 중이다. 청주에 내려와서 주일학교 일을 하기는 했지만 내 성의껏 다하지는 않았다. 적당히 학습 핑계를 대고, 요령을 피우는 눈치만 늘었다. 이제는 고시 준비를 한답 시고 아에 중단상태다. 어떻게 된 것일까? 대학엘 다니면 주일학교 교사일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사회적인 것으로 자신을 치장하면 할수록 천국의 꽃밭과는 점덤 더 멀어지는 것일까? 언젠가 이 모든 제약을 이기고, 다시한번 어린 천사들을 만날 그 날을 기야하며 이 글을 맺는다. 할렐루야!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