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아비브」를 출발한 일행은 희랍 문명의 본고장 「아테네」를 경유, 지중해를 가로 질러 이태리 영내로 들어섰다. 비행기가 육지로 들어서자 흰 백합을 수놓은 듯 뭉게 구름이 갈색의 대지 위에 점점이 떠있다. 신비의도시 「로마」가 가까와진 것이다.
세계의 정신적 수도답게 공항은 인파로 붐빈다.
무더운 날씨에 콩나물 시루갈은 공항 버스를 타고 출구로 나왔다.
왁자지껄 하는 이태리어 특유의 강한 악센트가 시끄럽게 들려오는 군중 속으로 각국 여행자들이 꼬리를 물고 길게 늘어서 들어간다. 지친듯한 공항 관리는 간단한 입국 절차만 밝고 화물 조사도 없이 그냥 통과 시킨다.
공항 입구에는 택시들이 줄지어 승객을 기다리고 있다. 택시 주변에 모여선 기사들은 별로 소음도 없는데 소리소리 지르며 말하는 품들이 마치 싸움이라도 하는 것 같다.
택시는 승차 전 반드시 흥정을 하라는 당부대로 요금을 물으니 가르쳐주던 대로 부른다. 콧수염을 기른 운전기사는 계기판이 130km를 가리키는데도 계속질주 한다. 앞차와 곡예를 부리며 무어라고 소리를 치면서도 가속 페달을 밟는 일은 잊지 않는다.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고속도로변에 위치한 미다스 빨라체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순례단 본진은 예정보다도 훨씬 늦게 호텔에 도착 했다. 1주일간 서로 헤어져 다른 길을 돌아온 두 팀은 밤이 깊도록 얘기 꽃을 피우며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그 동안의 강행군에서 겹친 피로를 채 풀 겨를도 없이 한국 순례단 전원은 이튿날 부터 「로마」순례길에 나섰다.「로마」시내에도 늑대 젖을 먹고 자라 났다는 BC753년대의 로물루스와 레무스 쌍둥이 형제의 건국 신화로 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수천년의 문화 유산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
전 시가지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을 이루고 있다고나 할까.
로마 제국의 오랜 역사, 그리고 그 찬란한 문화 유산 앞에 섰을때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말의 참뜻을 어렴풋이 나마 짐작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인구 2백50만명에 4백여 개의 거대한 석조 성당들이 도처에 서있는가 하면 고풍스런 거리 곳곳에는 아름다운 광장이 있고 거기에는 으례 갖가지 모양의 분수가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로마 문화와 더불어 찬란한 기독교 문화가 보존돼 있고 또 한 20세기에 들어 뭇솔리니에 의해 이룩된 신 시가지는 이태리 근대 문화의 한단면을 동시에 보여 주고 있다.
거기다 전세계인의 정신적 수도 바티깐이 자리하고 있는 「로마」는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함께 숨쉬고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값진 문화 유산을 보존키 위해 「로마」시당국은 유적들이 있는 도심지에서는 일체의 신규 건축 공사를 금하고 있고 교통이 극도로 혼잡한데도 로마시대의 도로를 확장않고 그대로 쓰고 있다.
또 건물이 때가 묻어도 마음대로 도색을 하거나 동을 씻어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가의 간판까지도 강력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의 온갖 불편을 무릅 쓰고서라도 조상의 값진 발자취를 보존하려는 「로마」시의 도시 행정은 무엇이든 부수고 헐고 옮기기만을 능사로 하는 우리네 사정과는 거리가 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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