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서도 버림 받아야하는 외로움 때문에 미혼모들의 십자가는 더욱 무겁기 마련이다.
아무도 그들의 한 맺힌 사연에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침을 밷고 외면했다.
착한 목자 수녀외의 메리 앤 수녀에 의하면「마리아의 집」(주로 미혼모에게 도움 주고 있음 〓 강원도 춘천시 효자 2동 397~1)을 거친 미혼모의 연령이 13세에서 40세가 넘는 이까지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 미혼모들의 문제성은 다양했다.
지난 겨울 추운날 밤 이웃집 아낙네는 한 소녀의 딱한 사정을 의논해 왔다.
열 여덟살 난 미혼모의 얘기였다. 그 영이라는 미혼모는 그 아낙네의 친척집에 들어온 일하는 소녀였다는 것이었다.
귀엽게 생긴 영이를 만나보니 티없이 자란 소녀로 밖에 다른 인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가출한 소녀였다.
영은 조실부모하고, 가장 노릇에 지렸다. 어린 동생 두 남매와 헤어졌다. 아마 두 동생들은 자기와 다른 고아원으로 갔을 거라는 얘기였다.
가난한 살림이었다고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영이었다.
고아원에서 중학교를 나온 것이 삼년 전.
조그마한 공장으로 첫발을 내딛이며 돈을 모으면 꼭 동생을 찾아야한다고 거듭 마음 속 깊이 다짐했다.
2년동안 모아서, 적은 돈이지만 저금 통장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열 여덟살이 되던 봄, 드디어 이성을 알게 되었다.
상담 사례에서 착실하게 행동하던 청소년들이 순식간에 변모하는 데는 공통점이 있다.
세밀하게 살펴보면 곧 눈에 띄게 되는 것이 이성에 눈을 뜨면서였다는 공통점이다.
그들은 정에 굶주려 있었기 때문이다.
영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역시 공장에 다니는 그 애인 만이 삶의 전부였다.
기회만 있으면 야근까지 하면서 안먹고 안입고 모은 통장도 그리 길지는 않았다.
잠든 동생들을 두고 방을 빠져 나오던 날 울면서 뒤 돌아본 산동네를 잊을 수 없었는데 그 일이 어느새 까마득한 옛날로 되고 말았다.
영이 가출하고서 몇 달 동안 고생 고생 하다가 어느 고아원에 정착하자, 찾아 갔을 때 두 동생은 고아원에 가고 없었다.
그날 영은 어서 어른이 되어서 동생들을 찾아야 겠다고 맹세했다.
공장 애인의 자취가 사라졌을 때 영에게 남은 건 빈 토장과 미혼모가 되어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청소년들의 열기는 뜨겁지만 쉽게 식는게 특징이랄까.
공장에서 쫓겨나게 되었을 때 영은 잊었던 동생들의 생각이 났다.
당장 먹고자는 것이 문제였다.
청소년들은 힘에 벅찬 결과를 안게되었을 때에야 자신을 되돌아본다.
몸집이 작고 약한 영은 어린 소녀의 모습이었다.
영은 미혼모를 보호해주는 자선 업체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아직도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확실한 지표를 제시하지 않는 한 미혼모들은 더욱 늘어 날 게 뻔하다.
이성을 알게 되었을 때 알고 처리해야 할 실제적인 문제들은 학교나 가정, 어느 한 곳만의 할일은 더욱 아닐것이다. 결국 두 남ㆍ녀의 철부지 행동으로해서 무지했던 여성만이 크고 무거운 십자가를 져야만 하는가.
사회인 모두의 과제로 다가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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