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교황청 시성성 장관 호세 사라이바 마르틴스 추기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조사를 맡았으며, 시복을 위한 기적 인정 칙령에 서명을 하기도 했다. 그만큼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가장 바랐던 인물이었던 그는 가톨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더없이 기쁘다’라는 표현으로 말문을 열었다.
호세 사라이바 마르틴스 추기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예외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시복조사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5년이라는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예외적으로 요한 바오로 2세는 선종 후 바로 시복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빠른 시복절차’라는 물꼬를 텄으며, 전체적으로 기여했던 바가 컸기에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은 그에게 더욱 감격스럽게 다가왔다.
마르틴스 추기경은 1978년 요한 바오로 2세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를 회상했다. 당시 그는 우르바노대학 학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교황님께서 로마에 있는 교황청립 대학들의 학장을 모두 불러 모으셨어요. 환담을 나누면서 대학의 여러 문제들을 논의하셨고, 세세한 부분까지 당신의 의견을 나누셨어요. 이러한 경험은 저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고 너무나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는 요한 바오로 2세를 ‘형제처럼, 친구처럼’ 우리를 대해주신 분이었다고 밝혔다. 그에게 이러한 교황의 모습은 완전히 새로운 충격이었다. 또 한 가지 인상에 남는 것은 ‘기도하시던 모습’이다.
“현역시절 교황님을 업무 때문에 찾아뵐 때마다 그분은 늘 개인경당에서 기도하고 계셨어요. 기도 후에야 이야기를 나누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어요. 아직도 인상 깊게 간직하는 추억들입니다.”
그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신앙의 사람’ ‘기도의 사람’ ‘인간애를 지닌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삶 자체가 탄탄한 믿음의 기초 위에 우뚝 서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당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복시성됐는지 궁금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1385명이 시복시성됐어요. 시성성이 생긴 후 전임 교황들의 재임기간 동안 시복시성된 분을 합쳐도 1000여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말이지요. 요한 바오로 2세 한 분의 재임기간 동안 시복시성된 분들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언젠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요한 바오로 2세는 ‘왜 이렇게 많은 시성이 이뤄졌느냐’는 질문에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했던 가르침을 교황으로서 수행하는 것뿐’이라고 답한 바 있다.
거룩함의 소명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고, 그러한 의미에서 자신은 교황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했던 것뿐이라는 의미다. 신자들은 그로 인해 성인이 특별한 사람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가며 성덕을 추구했던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르틴스 추기경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람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소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현재 시복시성 진행 중인 한국의 순교자, 하느님의 종 124위와 증거자 최양업 신부에 대해서도 그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교회 순교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순교자들에 대해 많이 알리고 그들의 전구를 빌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많은 기도가 필요하겠지요.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절차가 조속히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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