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서는 전국민을 상대로 종교인구가 포함된 인구주택총조사(센서스)를 10년마다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의 조사는 2005년에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3대 종단인 불교, 개신교, 가톨릭의 종교 인구변화를 보면 가톨릭이 유독 신자 수가 급성장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 신자 수는 2005년 현재 514만6000명으로 1995년 조사 때와 비교해 무려 220만 명이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불교(1070만 명)와 개신교(860만 명)는 정체 또는 감소로 가톨릭과 극명한 대조를 보입니다. 더욱 흥미 있는 것은 지난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에서 발표한 ‘한국의 종교현황’ 자료입니다. 이 자료는 각 종단이 자체적으로 발표한 내용을 종무실에서 국가의 종교정책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죠.
‘한국의 종교 현황’을 보면 불교가 3858만 명, 개신교가 1200만 명으로 센서스 통계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가톨릭은 488만 명으로 오히려 센서스 조사보다 적습니다. 불교의 경우 어머니 한 명만 신자여도 가족 전체가 신자로 간주되는 사례가 많고 개신교는 속인주의를 따르다 보니 한 명의 신자가 복수의 교회에 등록되기도 해서 종단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신자 수가 실제에 비해 부풀려진다고 분석됩니다.
가톨릭은 세례와 판공성사 등으로 확인되는 ‘실천적’ 신자만을 파악해서 인지 종단 자체 통계가 센서스 통계보다 적게 나온 듯합니다. 그리고 교적을 옮기는 과정에서 양업 시스템의 작동오류로 인한 교적 분실도 한 원인이라고 판단됩니다. 국가가 실시하는 센서스도 질문 항목의 내용과 조사방식에 의해 한국의 종교 상황을 왜곡할 수 있고 종단 자체적으로 발표하는 교세도 한국사회의 문화와 종교의 연관성을 연구하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종교 인구 통계의 위험은 무엇보다 종교를 ‘표준화’ 하려는 엉뚱한 결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1995년 성균관 유도회의 ‘유교 종교화 선언’이 대표적입니다. 성균관은 자체적으로 한국의 유교 인구가 1000만 명이라고 발표했고 종교화 선언을 하면서 하늘(天)이 신앙의 대상이고 공자를 유교의 시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종교를 표준화 하게 되면 기존 종교는 지위가 공고해지는 반면 소수 종파는 기존 종교의 벽에 부딪혀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이른바 사이비로 변질되게 됩니다. 또한 종교의 문화에 대한 포용력이 약화됩니다.
교세가 커질수록 문화 포용력도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직도 가톨릭에서 국악미사나 한복 제의가 외면당하는 현실은 종교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겠지만 고민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카레는 본래 인도 음식이죠. 인도에서 영국으로 카레가 전해졌고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카레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인도에서도 지역마다 카레 맛이 다르듯이 영국, 일본, 우리나라도 그 맛이 전부 다릅니다. 표준화된 카레가 있을 수 없듯 표준화된 종교도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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