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나는 송구스럽게도 추기경 님께서 표지에 친히 써주신 격려 말씀이 기록된 귀한 선물과 함께 주일학교 17년 근속상을 받았다. 누구에게도 지랑할 만한 일이 못되고 또한 나의 처지나 입장이 자랑을 해서는 안될 일이기에 수상을 극구 사양 했었다.
그러던 것이 自意든 他意든 간에 이처럼 귀한상을 받고 보니 더욱 쑥스럽고, 추기경 님께서 더욱 열심히 하라시니 어깨가 무거워짐을 느낀다. 1965년 군대 제대를하고 대학에 복학하여 다니고 있을 때였다.
지금은 미국으로 귀국하신 장 신부님의 권유 말씀도 있었고, 자신도 평소에 마음을 두고 있던바라 S대학 수도원으로 들어가기로 결심했었다.
신부님의 추천을 받아 다섯 분 신부님들의 테스트를 거쳐 입소 허락을 받은데 성공했다. 그러나 부르심이 없었던지, 얕은 신심 때문인지 세속과 수도원의 기로에서 심한 갈등 속에 몸부림치다 결국 수도원쪽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이 무슨 사제가 되겠다고 하는 생각에 가소 롭기까지 하지만, 그 때는 부르심을 거역한 것 같은 죄책감에 몹시 괴로와 했었다.
따라서 나는 죄책감에 대한 어떤 보속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여기에서 찾은 것이 주일 학교였다. 마침 교사가 되고자 공부하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제 격인 것 같았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는 어느 본당이든 주일학교 교사가 모자라 안타까와하던 때라 대환영을 받으면 교사로 첫발을 내 디딘것이다.
한 나라의 장래가 교육에 달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부실한 것이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으로 뜻이 있는 사람들의 근심을 자아내고 있거니와 교육 경시의 경향이 우리 교회에까지 밀려와 가장 중시 해야 할 청소년의 종교 교육을 맡을 주일학교 교사가 없이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고 있는 현상은 우리 신자 모두 가한번 쯤 깊이 반성해 볼 일이다. 나는 직업이 교사이고 주일 학교도 오래 맡은 편이나 솔직히 내 집 아이들을 모아 놓고 교리 공부라고 해본 일이 한 번도 없다. 그래도 본당 교리반 지도를 위해서는 자료도 만들고 교안도자 보고 하는 것은 비단 나뿐이아닐것이다.
얼마전 서울교구 교사 연수회에서 나는 이런말을 했었다. 『누가 뭐래도 우리 성당 내성당이고, 내 동생, 내아들 딸들이다. 내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돌볼 것인가』하고 교사의 사명감을 호소는 했으나 나에겐 과연 얼마나 사명감이 있는지…. (계속)
▲ 지금까지 청주 내덕동본당 정창호 교사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이번호부터는 서울도봉동본당 주일 학교 교사이며 환일 고등학교 교사이신 정점길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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