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청소년의 문제는 당사자만이 당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크건 작건 청소년의 문제는 그들의 보호자(부모)가 협조할 때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마련이다.
그리고 치유(?)의 시기도 최소한으로 줄일 수가 있는것이다.
더구나 재발(?)의 가능성은 보호자 내지는 협자들의 적극적인 보호가 없는 한 복병으로 남아있게 되기도 한다.
도벽으로 해서 H의 어머니와 나는 크게 당황했다.
그만큼 H는 바람직한 학생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처음 H의 도벽이 노출된 것은 H의 짝에 의해서였다.
종례시간에 도난 사건을 처리하게 되었다. 신중해야 된다는 걸 잘아는 이 일을 묵과할 수는 더욱 없는 일이었다.
작은 종이를 나누어주고 의심스러운 일이 생각나면 그 이름과 내용을 적되 사함이없는 사람도 종이는 누구나 제출하도록 했다.
H의 이름이 나왔다.
H의 짝이 쓴 자세한 경위를 일목 요연하게 알 수가 있었다.
H의 짝이 웬 돈이냐고 무심히 묻었을때 H는 용돈을 탔는데 한턱 내겠다고까지 했다는 것이다.
무기명으로 쓰도록 했는데 H의 짝은 스스로 자신을 밝혔던 것이다.
H보다 먼저 그의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H는 그자에 용돈을 탄일이 없음을 확인했을 뿐 H의 어머니의 놀라는 정도는 전화 전편이었지만 극에 달했음을 잘 알수가 있었다.
H의 어머니의 설명을 새삼스럽게 듣지 않아도 H는 너무도 착하고 공부 잘하는, 한마디로 모범생이었다.
단란한 가정에서 화목한 분위기속에서 H남매의 성장은 나무랄게 없다고 보아야했다.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 아닌가.
더구나 지난 월말 고사에서는 10등에서 껑충뛰어 3등까지 했으니 문제점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H의 어머니는 흥분했다.
『혹 잘못 아신게 아닌가요?』
몇 번을 되물었다.
우선 H의 어머니로 하여금 이름날 H가 등교한 다음 H의 소지품들을 검사 하도록 했다.
이튿 날 첫 시간이 끝나자 H의 어머니의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럴수가 있습니까?』
울음섞인 H 어머니의 목소리가 이미 말해주고 있었다.
늘 드나듣던 딸의 방에 들어가서 책상이며 옷장이며 들춰 나가다가 H의 어머니는 그냥 울어버렸다는것이다.
「설마, 혹시나」를 새기며 시작한 H의 어머니는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절망을 안게 되었던 것이다.
눈 여겨 보지 않았던 딸의 책상 서랍에는 낯선 물건이 많았다.
더욱 놀란 것은 반쯤 쓴 친구들의 노트였다.
새 노트도 아닌데, 무슨 이유일까. 혼란한 머리로는 도저히 이 상황을 정리할 수가 없다는 H의 어머니와 일단 전화를 끊어야 했다.
아버지에게 알려야겠다는 H어머니께 우선은 말렸다.
원인 규명도 급하고 실태 파악도 급하지만 무엇보다도 H에게 상처를 입히는 결과만을 안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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