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교에서 상급자격 강습을 받고 있을 때였다. 어느 선생님이 나에게『교직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힘주어 대답했었다.
어느덧 교직에 종사한 지도 15년이 넘었다. 그러니 내가 주일학교를 맡은 것과 비슷한 연륜이나, 나는 한번도 교직을 택한 것을 후회해 본 일이없다. 나에게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종종 이런 대답을 하곤 한다.
『최후의 날에 교단에서 강의를 하다가 힘이 다해 쓰러질 때, 제자들이 달려와 나를 품에 안아「선생님」하고 불러 주면 그 품에 안겨서 극적으로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이것은 나의 진심이다. 내가 재주도 없고 흔히 말하는 배경도 없으니 딴 길로 방향을 바꾼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딴 길을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지난회에 나는 주일학교에 종사하게 된 동기가 부르심을 거역한데 대한 보속이라고 했거니와 교직 또한 같은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흔히들 주일 학교의 교사들이 주일학교에 봉사하고 있는 것을 별로 좋지 않은 측면에서 보려고 한다. 젊은이들이 어울리고 싶어서 모인다는 무료한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한다느니 하고 말하나, 결코 그럴수 없는 것이 교직이다.
교직 15년에 받는 봉급이 3년 경력의 버스기사의 봉급보다 못한 수준이다. 어느면에서 보든지 부당하기 이를데 없고 진정 나라의 장래가 염려스럽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교단에만 서면 용돈을 달라던 딸애의 얼굴도, 생활비가 바닥이 났다는 아내의 얼굴도 간 곳 없고 초롱초롱한 학생들의 눈망울과 함께 열을 내는 것이 교직이다. 어떤 다른 목적으로 아니면 일시적인 위안처로 교단에 선다면 결코 며칠을 견딜 수 없는 것이 교직인 것이다 하물며 한푼의 보수도 없이 순전히 헌신적인 봉사만으로 임하는 주일학교 교사직에 있어서랴.
결코 누구 때문도 아니다. 다만 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 어린 눈망울을 의면할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이 있기에 세상의 많은 유혹을 뿌리치고 오늘도 주일학교에서 어린학생들과 함께 목청을 돋우어 주님을 찬양하며 진리의 길을 찾는 것이다.
우리 본당에는 유난히 노처녀 교사들이 많다. 주일학교를 7~8년씩 하고 있으니 주일날 데이트 한 번 못해 신랑감을 찾지 못한 원인도 크기에 교장 책임을 맡은 나는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못하겠다는 선생님이 없으니 이 또한 걱정이나 진리를 갈구하는 어린 심령에게 경험많은 교사가 얼마나 필요한지 모르니 그래서 교직은 天職이라 했던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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