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 봉사를 다짐하고 나선 교사들이지만 해마다 연말이 되면 연중 행사와도 같이 多數의 교사들이『선생님! 이제는 주일학교 교사를 그만 해야 겠어요』라고 호소해 온다. 일년 내내 주일 날을 교회에서만 보내며 쫓기다가 겨울 방학동안에 누리는(?) 느슨함이 심경의 변화를 유혹한 탓이 또한 큼이리라.
나도 또한 예외일 수 없어『내년에는…』하며 주위를 돌아본다. 내가 진 짐을 쉽게 맡아 주실분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 때마다 내리치는 채찍,『네가 무엇이기에, 보속으로 헌신하겠다던 약속은 벌써 있고……』라는 소리. 다시 나는 일년을 계획해 본다.
금년에는 유난히도 못하겠다는 교사들이 많았다.
이럴 때마다 활력소가 되는 것은 역시 피정이다. 신학기가 시작되기전 교사들만의 피정을 갖는다. 물론 교사를 그만 두겠다고 호소한 사람도, 또 새로할 사람도 업무 인수 인계와 연수를 겸한 피정이라 모두 동참하도록 당부한다.
1박2일 기도하고 강의 듣고 묵상하고 노래 하는 동안 천국을 만들어 간다. 드디어 성체 앞에서 눈시울을 적시며 향방을 잡는다. 정든 어린이들의 얼굴이 확대되어 다가온다.「선생님!」하며 폼에 안겨온다.『예수님! 용서하소서. 제가 감히 이 어린 학생들을 외면하겠다는 마음을… 죄인을 용서하소서』울먹이는 어깨위엔 어언 석양의 분홍빛 따사로움이 내려 앉는다.
때를 놓칠세라 한아름씩의 선물을 안고 사목 위원님들과 자케오 사무장님이 신부님을 모시고 좁은 마이크로 버스에 시달리신 노인네(?) 답지 않게 커다란 웃음으로 언덕길을 올라 오신다. 피정의 절정이다. 격려차오신 어른들과 함께 숲속 길을 따라 마련된 십자가의 길을 찾으며 어느새 우리의 마음 속엔 뜨거움이 오간다.『인도하소서 밝은 빛이여…』뜨거운 감회에 젖은 교사들의 눈에는 어느 덧 이슬이 맺히고 가슴이 저려움을 느낀다.
바쁘신 중에 먼길을 찾아주신 정성『수고한다』는 한마디의 말씀이 너무도 뜨겁기에 이 세상 어떤 선물보다 귀하게 느끼며 지난 날의 어려움들은 봄눈으로 변하고 만다. 잠시 대화를 나누고 떠나시는 어른들을 향해 힘차게 흔드는 교사들의 손길을 따라『열심히 하겠읍니다』라는 외침이 황혼을 비집고 멀리 퍼져 나간다.
누가 주일학교를 그만둔댔던가? 잊은지 오래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값진 보수는 바로 이런 감격뿐이리라.「수고한다」는 한마디가 그리움은 비단 우리 교사들이 어린 탓만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또 1년이 지나간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