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교부는 정신교육에 주력하는 문교 시책의 일환으로 83년도부터 종교계 고등학교 입학 별도 배정 등 종교계 학교에서의 종교교육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문교부의 종교교육 완화 조치에 대해 환영하고 있는 전국 가톨릭 중등학교 교장들은 지난 5월 개최된 전국 가톨릭 중등학교 교장회 정기총회에서 가톨릭 학교의 창학 이념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현해 나가기 위해 각 학교의 현행 종교교육을 검토하고 종교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과연 그동안 움츠러 들기만 했던 가톨릭 중ㆍ고등학교 종교교육에 봄기운이 모든 것인가? 가톨릭 중 고등학교의 중 고 교육 실태와 문제점 및 방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가톨릭 학교는 학교 내에 자유와 사랑의 복음적 정신으로 충만한 학교 공동체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과, 청소년의 자기 인격을 발전 시킴과 동시에 성세로 말미암아 새로운 피조물이 된 그들이 새로운 피조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학생의 세계와 생활과 인간에 대해 습득하는 지식이 신앙으로 비쳐 지도록 인류의 전문화를 궁극적 구원 소식에 질서 지어 주는 등의 고유한 사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 속에서 국가와 사회가 지향하는 교육 이념과 시책은 가톨릭 학교의 임무 수행에 어려움을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1969년 이후 임시 과열 풍토에서 오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단행된 중학교 평준화와 74년 이후 시행된 고등학교 평준화는 가톨릭 중ㆍ고등학교의 고유한 임무 수행에 불리한 여건을 조성했다.
평준화 이후의 가톨릭 중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신자율이 일반 비가톨릭 중 고등학교와 다를 바 없이 3 ~ 4% 내외에 머물렀고 종교 수업이 정규 교과목에서 제외된 채 과의수업으로 처리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전국 가톨릭계 중 고등학교 가운데 대부분이 1 · 2학년 동안 주 1회의 종교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 교사를 정교사로 채용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종교 교육은 도덕시간의 일부로서 다루고 있는 학교도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경우 최근 대학입시제도 개혁과 더불어 실시되고 있는 고교 내신 성적 반영으로 1학년까지만 종교 수업을 실시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학생의 정 대다수가 비신자인 현실 속에서 가톨릭 중 고등학교는 신자를 대상으로한 종래의 가톨릭 교리 해설 위주의 종교 수업을 예비 선교적 측면에 중점을 둔 종교 수업으로 점차 바꾸고 있다. 따라서 전국 가톨릭 중등학교 교과서 개편 작업을 시작하는 한편 80년도부터는 종교교사 자질 향상을 위한 3개년 계획의 연수회를 마련하는 등 변화에 부응하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인 학원복음화의 의지와 지원이 아쉽던 가톨릭 중ㆍ고등학교에 최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서울 동성중ㆍ고등학교(교장 · 박순재 신부). 가톨릭 학교의 창학 이념에 충실하여 학원 복음화를 이루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시작된 동성중ㆍ고등학교의 학원 복음화 방안은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일신하고 교내 선교 강화로 신자율을 높이는 것이었다. 따라서, 지난 79년 1백50명을 영세 입교 시킨 동성중ㆍ고등학교는 3년 동안 1백%씩의 성장율을 보이면서 81년에는 5백44명의 영세자를 배출하여 학원 복음화의 신기원을 마련했다. 동성중ㆍ고등학교는 학교장과 전담 사제 및 전교사가 학원복음화의 일념으로 일치된 가운데 입학 당시 10%이내이던 신자율을 40 ~ 50%까지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동성중ㆍ고등학교에서의 학원복음화 결실에 자극을 받은 전국 가톨릭 중ㆍ고등학교는 새롭게 학원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데레사 여중의 경우 지난해 1백80명의 영세자를 배출하여 전년도에 비해 2배의 영세자를 배출 했고 전주 해성중ㆍ고등학교가 1백23명, 왜관 순심중ㆍ고가 2백40여 명을 영세 입교시키는 등 두드러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적 인격체를 형성시켜 주는 가톨릭 학교의 목적과 학원 복음화 실행 여부는 담당사제나 수도자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교사 자신들에게 달린 것. 그러나 1백% 신자 교사를 확보하고 있는 개신교계 학교와 달리 가톨릭 중ㆍ고등학교의 신자 교사율은 50% 안 팎인 것으로 나타나 바람직한 종교적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생과 서로 사랑으로 밀접하게 연결되고 사도적 정신으로 충만하게 생활과 가르침으로써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할 교사들의 가치관 확립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개최된 전국 가톨릭 중등학교장회 정기총회는 명문 사학으로서의 발전에만 주력한 나머지 신자 교사 채용에 소홀했다는 반성과 함께 평신도 사도직 차원에서 교사들의 신앙 자세를 확립시켜 나가기로 결의했다. 『학원 복음화의 열쇠는 학교장이 얼마만큼 신앙교육에 촛점을 맞추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하는 가톨릭 중등학교 관계자는 학교 전체의 분위기를 신앙적인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교직원 전체의 신앙적 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모처럼 활성화되기 시작한 가톨릭 학교의 종교교육은 현실에 맞는 종교 교과서 편찬과 신자재 교육, 종교 교육을 위한 시설 투자들의 과제를 안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가톨릭 중 고등학교에서 배출된 영세자에 대한 본당 측의 협조 등 구체적인 협조가 아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사회 복음화의 역군을 길러 내는 가톨릭 중 고등학교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교회 당국의 과감한 투자와 협조가 요망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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