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의 일화 가운데 다음과 같은 얘기가 있다. 어느 날 아침 성인께서 제자를 데리고 시내에 전교하러 가서 큰길과 골목 길을 아무말 없이 한나절이나 돌아다닌 후 그냥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제자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사부님, 우리는 언제 전교를 시작합니까?』성인이 대답했다『다들아, 우리는 걸으며 전교를 한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 얼굴을 보았고 우리 행동을 보았느니라. 만일 우리의 걸어 다니는 것이 전교가 못 된다면 아무리 말을 많이 하며 다녀도 전교가 될 턱이 없지』
흔히 얘기들을 한다. 현대에는 지식을 파는 선생은 많아도 인격을 전수하는 스승은 적다고. 사실 우리 시대에는 가르치는 자는 많아도 증거자는 지극히 적지 않은가 생각된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사도들을 부르시어 가르치신 후 그들을 둘씩 파견 하시며 당부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먼저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능력을 주셨다. 특히 병 고치는 능력과 악령을 제거하는 능력을 주셨다.
이것은 곧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룩 될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증거하기 위함이며 메시아 시대의 특징을 보여 주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여행 하는데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하셨다. 먹을것도, 여행 가방도, 돈도 갖지 말고, 신발도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여벌 속옷도 갖고 가지 말라고 하셨다. 루까 복음서에는 지팡이도 갖고 다니지 말라고 기록 되어 있다. 도대체 아무 것도 지니지 말고 아무 것에도 신경 쓰지 말고 아무 것에도 억매이지 말고, 오로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복음의 증거자가 되라고만 하신다.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음을 선포하여 회개 하도록 촉구하며 평화를 빌어주고 마귀를 쫓아내고 병을 고쳐 주라고 하셨다. 이 것을 달리 표현해 본다면 재산, 물건에 대한 집착을 비롯, 명예 · 권력 · 욕망 · 인정 받고자 하는 마음 등, 그 어느곳에도 큰 집착을 갖지 말 것이며, 아무 것도 갖지 않고 만족 하며, 주어진 조건과 상황에 구애 받지 말고 병과 고통 중에도 감사할 줄 알며, 평화를 잃지 않고 모든것을 하느님께 맡길 수 있고 기쁨 중에 살 수 있다면 그것이 증거자의 생활이 아니겠는가?
이상적인 성직자, 수도자상에 대해 많은 말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예수께서 제시하신 증거자의 역할이 현대인들에게 어느 정도 이해가 될까. 가령 요즈음 어린이들은 아마 멋있게 사는 성직자, 소위 고위 계층의 신분과도 어울릴 수 있는 재력과 권력을 지닌 성직자 · 수도자 라면 우러러 볼 지 모르 겠다. 어쩌면 버스나 타고 다니고, 양복이나 양장 한번 변변히 차려 입지도 않는 성직자나 수도자의 생활을 선망의 대상으로 삼지는 않을 듯하다. 물론 선망의 대상과 증거자의 역할이 같은 것은 아니지만 가치관의 큰 차이에서 오는 이질감 같은 것은 아무래도 증거자의 길에 장애가 될 것 같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단호히 말씀 하신다. 『너희를 환영하지 않거나 너희의 말을 듣지 않는 고장이 있거든 그 곳을 떠나면서 그들을 경고하는 표시로 너희의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려라』
증거자의 길은 어렵고 고달프다. 증거자의 생활은 말보다는 행동이다. 증거자는 증거하기 위함에 목적 이있지 않고 진실을 사는데 목적이 있다. 그 분과 함께 사는 삶의 진수를 맛 보기에 흔들림이 없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내 안에 살으신다』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처럼 그리스도와 함께 사는 삶의 모습은 자연스레 그 증거자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말이 아니라 사는 것이 곧 증거자의 길이 될것이다. 말은 그 다음의 문제이다. 『주께서 행복을 내려 주시면 우리 땅은 열매를 맺어 주리다』
(오늘 미사층 계송 ·시편 84편 12)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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