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사례를 분석해 보면 여러 가지 형이있는데 뒷 일은 일고의 여지도 없이 저지르는 충동적 가출과, 치밀하리만치 계획된 가출로 대별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습관적인 가출이 특히 고질인 것을 알 수 있고, 더욱 어려운 것은 가출의 원인 또한 복잡하고 다양했다.
대개 노출 되지 않았던 문제점들도 일단 가출로 터지는 경우가 많았고, 가출로써 분출구를 찾는 청소년들은 어려운 일이 닥치면 현실 도피와 함께 벗어나려는 행위로써 가출을 택하는 것이다.
지금 소개하는 P의 경우는 신통하리만치 가출과 성실을 병행하는 명수였던 색다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P가 이상하다는걸 알게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P는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공부하다가 책상에 놓은채 깜박 잊고 학교에 그냥 왔어요.』
그러나 P는 얼마 후에 또 같은 입장이었다.
점심시간에 P의 책가방을 열어보니 토요일 시간표 그대로인 책과 노트를 수요일까지 들고 다녔던 것이다. 간단한 세면도구와 사복 한벌이 나왔다. 결코 결석하거나 납부금이 밀리거나 하는 일도 없이 조용한 성품대로 학급에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충격적인 일이었다. P는 계모밑에 있었지만 그로 인한 어려움은 없다고 전에 말했던걸 기억했다.
『어머니는 이런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까』P는 그저 당당했다. 구구한 변명 같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P의 어머니는 전화를 받고 이튿날 학교에 왔다. P는 생모의 친정(외갓집)에 자주 가고 있다고 말했다. P는 그의 생모가 돐전에 돌아갔기 때문에 거기서 컸고 외할머니의 극진한 사랑 속에 자랐다.
『대개는 말하고 가는데 졸업반이 되고는 일찍 집에서 나가고 늦게 오기 때문에 미처 말을 하지 못하기도 해요』바로 이것이구나. 사랑이 필요하구나. P는 자신이 집에 안들어가도 이튿날 챙기지 않는 식구들의 관심없는 태도에 외로왔을 것이다. 계모가 낳은 어린 동생들과 어머니가 방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나도 말없이 제 방으로 찾아들게 되는 집보다 무조건 받아주는 외할머니께 가는게 좋았을 게다. 그러나 외삼촌도 그 아줌마도 다 흔연했지만 너무 자주 갈 수는 없었다. 친구네도 가서 자고, 친구가 소개한 친구의 친구네도 가서 잤다.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다거나 하는 의식보다는 거의 무감각 상태로 지속되는 생활이 되었다.
계모는 용돈도 많이 주고 등록금도 단 한 번 말하면 웃는 얼굴로 주었다. 가끔 아버지가 슬며시 손에 쥐어주는 용돈이 적지 않았다.
그외 P가 다른 아이들과 다른 건 없었다.
그 후로 몇번을 만났지만 마음을 열고 매달리려는 기색이 없었다.
P의 계모도 오히려 내게 전화를 주고는 위로(?)를 하고 안심시키려는 태도로 일관했다. 『큰 일을 저지를 아이가 아니랍니다. 어려서도 그랬지만 저를 따르고 여간 착하지 않아요』 P는 그의 계모의 진단이 옳은 걸까. 외박으로 가출을 실천하며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는 P가 현명한 걸까. 억지로 집에 묶는다면 곪아 터져 결국 가출로 끝날 수도 있었을 것 같아 그야말로 유리 그릇 만지듯 바라보고 안부를 물으며 덤덤하게 학년을 마무리 했다.
결국 나도 열렬한 사랑을 주지 못한 채 …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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