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름부터 수상집 답고 마음에 든다. 좋은 음식은 아름다운 그릇에 담아야 제 맛을 낸다는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실존적 확신」은 가브리엘 마르셀의 용어라고 著者가「책 머리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빌려온 말이라는 느낌은 전연 없다. 아마 哲學者 마르셀은 似而非 철학자가 아니라 참 된 철학자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참 된 철학자는 누구보다도 眞理를 私有物化 하지 않고 만인의 共同 소유로 한다.
사실은 이 시인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存在란 무엇이냐 하는 것을 묻고 있다. 그것을 寅存哲學者 가브리엘 마르셀의 발자취를 따라서 추적하고 있다. 「내장이 약한 사람에게 죽을 쑤어주고」있는 것도 아니고「詩想을 풀어서」엮어 놓는 것도 아니다. 쉽게 썼다해서 쉬운 것은 아니다. 말은 쉬워도 뜻은 어렵다. 「있다」는 말이나「없다」는 말보다 더 쉬운 말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太平洋을 헤엄쳐서 횡단할 수는 있어도「有」나「無」의 바다를 건너기란 참으로 形言조차 어렵다. 이 시인은 存在의 神秘, 存在와 所有, 존재와 사랑, 행복, 靈性등의 문제를 잠시도 떠나지 않고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못지 않게「無」와「空」에 대해서 남달리 격전을 벌이고 있다. 不戰勝을 바라지 않는 것이 시인의 긍지라고 하다. 「우리집 가훈」(Pㆍ160)에서 보이듯이 이 시인의 형님은 천주교 신부였다. (필자도 한번 덕원 수도원에서 만나본 일이 있다. 북한정권에게 희생되기 훨씬 이전 일이지만)교회의 성직자들이나 일반 사회인들은 시인이 종교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기가 그다지 어려운 일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모양이다. 罪를 피하면 된다고 성직자들은 생각하고, 일반인들은 믿는데가 있으니 편하지 않겠느냐고 한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는다는 것은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힘과 정의」, 「소크라테스의 국가관」,「예술 창작자로서의 白書」, 「에토스적 시와 삶」등 하나 하나가 모두 信仰者로서, 市民으로서, 知性人으로서, 詩人으로서의 決意와 대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고귀한 기록들이다. 이런 작업 없이 신앙의 토착화는 없다.
기성풍 진리처럼 공허한 것은 없다. 노래하고 손뼉치기를 강요하는 신앙 태도가 이 시인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을까.
「실존의 상실」이니「실존의 망각」이니 하는 말이 자주 나온다. 이웃 마을에 가서 일 해주고 떡을 이고 돌아오는 할머니의 얘기가 생각 난다. 집에서는 별년이 달년이가 기다리고 있는데 도중에서 할머니가 소유하고있는 떡에서부터 팔 다리 몸통 등을 호랑이가 모조리 차례로 먹어 버린다. 존재와 소유로 이런 것일까 근대 초기에 호랑이는 우리 조상의 팔 다리를 다먹고 이제는 할머니 없이 살아가는 우리들을 감언이설로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가브리엘 마르셀은 어디선가「나의 육신은 바로나다」라고 했다. 이 말은 저 유명한 데까르뜨의「cogitoergo sum」을 떠나서는 이해가 안된다고 본다. 정신과 육신은 그 때부터 완전히 분리 되었다. 근대사상의 족보는 이때 꾸며졌다. 칸트도 헤겔도 맑스도 이 족보의 일원이다.
마르셀은 이 족보를 뜯어 고치려고 했다.「나는 나의 肉身이다」「나의 肉身을 떠나서 나는 없다」이것은 合理主義의 始祖 데까르뜨와의 정면 대결이다.
그런데, 시인이 무엇 때문에 철학자를 동원하는가 하고 묻는 이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같은 합해야 살아 남을 수 있어서 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 더 깊은 근거가 있다.
哲學의 시초는 驚異(Thaumajein)라고 古代로부터 전해진다.
詩도 存在에 대한 경이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혹은 無에 대한 경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聖 토마스는 이것을 간결하게 말하다. 「그런데 哲學者가 스스로를 詩人에 비유하는 理由는 兩者가 다 驚異에 관여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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