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유라고만 밝히는 전화자의 얘기를 들으면서 청소년들의 보호자는 역시 사랑이라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스 유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했다. 이유는 노이로제로 인한 손이 떨리는 증세였다.
미스 유는 평소 자신이 좋아하고 있던 한 남자 선생님이 새로 진급한 반의 담임선생이 되자 생활의 질서가 확 바뀌는 듯 했다.
학교에 와서 조회 종례 시간에 만나는(물론 혼자가 아닌 교실에서) 담임 앞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한 마음이 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은 여학생 시절에 누구나 한 두번 쯤은 경험 할 수 있는 흔한 사건 일 뿐 이지만 이 일을 어떻게 넘겨야하는가에 대해서 그들 소녀들은 모른다.
굳이 알아야 할 일도 아닌지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감정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세월과 함께 흘러가고 마는 것이기 때문이다.
적극성(?)을 지닌 여학생들은 자신의 연정(?)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아침 일찍 등교해서는 그 선생님 책상에 꽃을 놓아 준다거나 방석 · 세수 수건 등을 몰래 갖다 놓는 예가 종종 있다.
살짝 편지 쪽지도 놓고 간다. 대개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학과 공부에 열을 올려서 시험 때 좋은 점수를 따내서 그 선생님의 관심을 모으기도 한다.
그러면서 좋은 무지개 꿈을 키워 가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다 미스 유는 스스로 가누지 못했던지 손이 떨려서 글씨 쓰기에도 편치 못했고 더욱이 괴로운 것은 학급 친구들 간에 부끄러워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학교 정문이 바라다 보이면 그 수전증은 나타나게 되었다.
미스 유는 집에서 가방을 들고 나와서는 학교에 가지 않고 거리를 방황했다.
며칠이 안가서 집에서 알게 되었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문득 2년 전에 그런 일로 해서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는 증세를 가졌던「인진」생각을 했다.
타인 앞에 선 자신을 인식할 때 유난히 안색이 변하는 체질이라고 담당 의사는 원인 분석을 해주었고 우린(인지와 나) 그 때 열심히 노력했다.
『인지야, 선생님은 남앞에서는 말도 잘 안하고 고개도 잘 안들었단다』
공범자(?)일 때 더욱 친밀감을 준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내 어린 날을 인지 앞에 덜어 놓았었다.
미스 유는 결국 병원치료에 지친 엄마에게 너무나 미안 했고 짜증 스러웠다 지금 스무 살이 넘었는데 미스 유는 대학생이 된 한번의 옛 벗이 부럽기만 하다『지금이라도 다시 복학할 수가 있을까요?』미스 유의 부모님은 미국에 가계시다고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삼남매만 서울에서 지낸다고 했다.
미스 유는 초기에 어머니와 담임 선생이 진정한 사랑으로 관심 있게 보살폈더라면 이런 구석으로 몰고 가지는 않아도 되었다.
야간 학교건 시골학교건 상관 없다는 미스유에게 자세히 복학 방법을 의논하고 전화를 끊었다.
『인지야, 누구나 부끄럽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는거야. 남보다 그 정도가 좀 심하다는게 뭐 대수냐. 그냥 묵살 하는 거야.』
이런 걸 긍정한 인지였지만 미스 유에게『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손이 떨린다』라고 이제서 얘기한다는 건 좀 늦은 것이다.
그 때 어른들은 사랑이라는 보호자가 되어 힘있게 미스 유를 감싸야 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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