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錦江)이 굽어쳐 흘러 황해에 합류하는 곳 충청도와 전라도의 접경(接境)인 황산포(黃山浦 = 江景). 강경읍에서 옛 길을 따라 전라도 땅에 들어선 첫 마을 나바위(羅岩). 호남의 곡창 만경평야 한 가운데 사발을 엎어 놓은 듯한 동산인 화산(華山). 그 아래 오손 도손 마을이 자리 잡은 이 곳(全北 益山군 望城면 華山리)「나바위」본당은 전주와 더불어 호남에서는 가장 크고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본당이다.

「강경화간」이라고 했던 이 곳은 1845년 10월 12일 본방인 첫 사제 복자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가 조선대목구 제3대 교구장 페레울(J.Ferreol高) 주교와 훗날 제5대 주교가 된 다볼뤼(A.Daveluy安) 신부를 뫼시고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이 곳 부근「강경포」「황산」나루에 상륙한 사실로서도 유서 깊은 고장이며 한국가톨릭의 명승지로 꼽힐 만한 경광(景觀)이다

기해(己亥 = 1839년)교난으로 국내에는 6년간 한 사람의 사제도 없었던 때에 이 곳에 도착한 세분 성직자들은 신자집(具順五 = 강경읍 홍교동 101번지)에서 페레올(高) 주교는 겨울이 되기까지 은거 하였고, 다블뤼(安) 신부는 가까운 공소로 가서 우리말(한글)을 배우고 있었으며 김대건 신부는 여러가지 사명을 띠고 먼저 서울로 갔던 것이다.

1886년 한불 수호 조약(韓佛修好條約)의 체결로 백년의「박해시대」를 벗어나「신교자유시대」가 서서히 트이기 시작한 여명기에 호남 지방은「용안 · 안대동」「전주 대성동」「금구 · 배재」등 을 중심으로 프랑스 선교사 세 분이 전교를 담당하고 있었는데「나바위」본당은 용안(龍安)군 안대동(安大洞)공소에 우거하면서 본당(本堂)자리를 물색하던 요셉 · 베르모렐(J. Vermorel 張若瑟) 신부가 1897년 동학란(東學亂)으로 집안이 망한 김려산(金驪山)의 집을 1천량(兩)에, 또 서판서의 산소가 있던 화산(華山)과 그 아래 딸린 논과 밭을 모두 4천량으로 사들이게 되어 안채는 신부 사택, 큰 사랑은 개축하여 성당으로, 행랑에 이어진 작은 사랑은 당 사무실로, 이렇게 1만2천여 평의 부지와 교회시설을 갖춘 나바위본당은 당시 호남 제1의 큰 본당이었다. 그러나 1세기에 걸친 나라의 천주교 탄압 정책의 여파는 개화(開化) 초기에 지방 여러 곳에서 있었던 지방 관헌과 외교인들의 질시와 올해의 저항을 이 곳에서도 받게 되어 위험한 사태가 벌어진 때도 있었다.

1905년 교세 발전에 따라 사랑채를 개축한 임시성당은 너무 협소하여 본 성당 신축을 착수했는데, 건축 양식(樣式)은 목조기와 집의 한식 건물이면서 그리스도교 문화의 한국 토착화 된 모습을 보여 주는 작품이었다.

길이 96척 넓이 26척의 이「예수성심」성당 건립에 쓰여진 재목은 부여에서 운반해왔고 1906년에 준공, 축성식은 5년 후 1911년에 거행 하였다. 1907년 9월 지방 유지들의 협력을 얻어「계명(啓明)학교」를 설립 했는데 이 학교의 개교는 이 지방에서 교육 기관의 효시였다. 1919년 베르모렐(張) 신부는 대구 주교좌본당(桂山洞) 주임으로 전임, 소세(H.Saucet蘇) 빠르트네(T.Parthenay朴) 까다르(J.Cadars姜) 신부 등 프랑스 선교사들이 거쳐 가고 1929년부터 본방인 성직자가 사목하게 되어 이약슬(李若瑟 = 요셉) 신부가 부임하여 새로운 활기를 띠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