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학교를 한번도 거른 일이없던 영숙이가 2주일째 결석을 했다. 첫 주에는 영숙이를 기다리는 간절한 사연의 엽서를 보냈는데 소식이 없었다.
평소에 명랑하던 영숙이 말이 적어지고 유난히도 긴 속눈썹이 때때로 우수에 젖어 허공을 응시 하곤 하여『무슨 걱정되는 일이 있느냐?』고 물어도 별일 없다고 쌩긋 웃기만 하던 영숙인지라 몹시 걱정이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
『선생님 죄송해요. 선생님께서 보내신 엽서도 고맙게 보았어요. 선생님께서 기다리실 줄알면서도…』
말끝을 못맺는 영숙의 손에 끌리어 방으로 안내 되었다. 뜻밖에도 영숙의 어머니가 몸져누워 계셨다. 꽤 여러날 되셨다고 한다.
울면서 들려주는 영숙의 말, 외국 가신 아버지가 부쳐주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려고 누구를 빌려준 것이 그만 못받게 되어 어머님은 그 충격으로 누우셨는데, 끼니를 드시지 않아 걱정이랬다.
할말을 잃은 나는 영숙의 손만을 꼭 잡은채 어머니를 보았다. 영숙의 눈에도 어머니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설움이 응어리져 흘렸다. 나는 조용히 무릎을 끓였다. 영숙이도 나와 함께 무릎을 끓였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말은 기도 뿐 일 것이기에 하느님께 간절히 청했다.
아픔을 나눌수만 있다면 함께 나누어 주십사고. 이런 것을 카타르시스(淨化作用)라고 했던가? 눈물 어린 視線만으로 우리는 맺힌 이야기를 다했다 자리를 일어서며 영숙 어머니께 무엇인가 위안이 될 만한 것을 드려야겠다고 생각 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묵주가 쥐어 졌다 나는 나의 손 때가 묻은 묵주를 영숙 어머니의 손에 쥐어 드렸다. 교리상의 어떤 문젯점을 따지기에는 너무도 사치스러움을 느낄 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묵주와 함께 내손을 꼭잡으시는 어머니의 눈에는 더 큰 이슬이 맺혔다.
다음 주일 영숙은 밝은 미소로 성당의 담을 끼고 달려오며『선생님 저기를…』하며 헐떡이다. 영숙의 손끝을 따라가던 나의 視線은 또 한번 놀랐다. 영숙 어머니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 오신다.
나는 너무 반가와 두 손을 덥썩 잡았다 『믿을 분은 하느님 뿐이라는 것을 막연히 나마 깨달았어요. 정말 고마 왔어요』차분한 목소리를 남기고 영숙의 손을 잡고 성당 계단을 오르시는 어머니의 유난히도 흰 치마가 나의 視線을 흐리게했다. 목이 메임은 웬일일까?
열심히 뛰어라. 사랑의 視線을 나누어라. 가슴속의 視線을 나누어라. 가슴속의 외침, 이래서 나는 또 주일 학교에 미쳐버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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