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와 마주 앉으면 그 자리가 편치 않음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그때 마다 절실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는데 여기에 제목을 붙일 수 있다면 「복지 현장」이라고나 할까.
「강자」의 파란 정맥이 내비치는 마른 팔목을 바라 보면서 이런 답답한 심정에서 벗어 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실감하는 때는 비참할 뿐이었다. 「강자」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이년째 봄 같은 달에 두 분은, 열흘 새로 고혈압으로 쓰러지셨다.
그런데 지난봄 아버지에게 또 사고가 생겼던 것이다.
지붕 일을 하시다가 추락 하셨다. 막 노동으로 가솔을 이끌어오던 아버지가 이 사고로 다리를 절고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한다. 그 때 머리도 다쳤기 때문이다.
노동력을 잃은 아버지 대신 어머니가 본격적인 리어카 장사로 나섰다.
과일이나 채소를 닥치는 대로 팔아 보지만 모든 걸 책임지기엔 그 수입은 너무나 형편 없다.
이들의 희망은 군에 가있는 오빠가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 가장이 되는 것이고 강자 밑으로 둘이 있는 남동생들이 빨리 크는 것이다.
그러데 강자는 온순하지만 우울하지는 않다.
예쁘장한 얼굴이 웃을 때는 눈꼬리가 착 쳐져서 더욱 귀여운 모습이다.
강자의 소원은 종합병원의 간호원이 되는 것이다.
하얀 까운을 입고 뒷머리를 틀어 올려 단정한 머리 위에 나비같은 간호원 모자를 살짝 얹고서 환자들의 열도 재고 주사도 놓는 것이다.
성적은 중간 정도이니 간호 전문 대학생은 갈만한데 가정 형편은 어림도 없다. 이 지면에서는 주로 청소년들의 비행을 놓고 그들과 상담한 사례를 통해서 본 그들의 실상을 펴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비행은 그들만의 단독법(?)만은 아니었다고 필자는 누누히 강조했으며 그들을 치료(?)하는데 또한 그돌만의 단독행은 더디고 위험하다고 했다.
여기 강자는 비행 소녀로 전락할 가능성이 자꾸만 커지는데 지켜보는 상담자로서 능력 밖의 상황을 조심스럽게 펼쳐 놓고 함께 아파하고 어루만지고 함께 아파하고 어루만지고 싶다고나 할까.
『건강한 청년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성취에 대한 욕구를 표현 하는 반면에 건강하지 못한 청년은 사회를 공격 하고 결국 자기 파괴로 이끌어 가는 그런 방법으로 욕구를 표현 하게 되는 것이다』(존J피에트로페사外 공저「완전한 카운슬러」중에서 51페이지)
짓누르는 것 같은 가정 환경은 한창 자아 개념의 현성기에 있는 청소년들을 빗나가게 하고 그리하여 난폭해진 청소년들은 스스로의 욕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비굴하다고 증오하고 외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강자는 해맑은 미소를 지울 수가 있다니 신기하고 애처로 왔다.
이렇게도 착하고 건전한 한 소녀가 끝내는 자신의 힘이 못미치는 현실 때문에 좌절하고 쓰러진다면.
내 앉은 자리가 살 얼음판이 되어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힘들다.
전화 상담에서 딸의 가출을 호소하던 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사연을 기억한다.
『그 앤 집을 나갈 수 밖에 없었지요. 여섯 식구가 좁은 방 한칸에서 지내니까요』
울부짖는 소리가 자꾸만 가까와 진다.
아아「복지 헌장」은 멀기만 한 걸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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