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유치반 꼬마들이 더욱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미사 동안 유치반 어린이를 지도하는 율리아나, 마리아 선생님의 표정은 진지한 단계를 넘어 엄숙하기 까지 하다.
얼마전 신부님께서『유치반 어린이들의 미사 참례를 고려해 보라』는 분부가 있으셨다. 나는 꼬마들이 들어 미사 분위기를 흐려 놓아 특별한 지도가 필여한 것으로 해석하고 유치반 선생님께도 그 정도로 간단히 전달했다. 그런데 뜻 밖에도 신부님께서 유치반은 미사에 참례 하지 말라는 분부가 계셨다. 나는 안절부절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몇 밤을 설치며 괴로와 했다. 순명(順命)을 하고 신부님의 말씀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계속할 것인가? 심한 갈등 속에서 방황 했다. 미사 시간이 되어 성당에 들어갈 채비를 할 때면 제일 먼저 달려와 앞자리에서 초롱 초롱한 눈망울을 굴리던 꼬마들, 한시간의 미사 시간이 때로는 겨웁기도 하지만 작은 입을 모아 서투른 기도문을 의며 찬미의 노래를 열창(?)하던 꼬마 천사들이 미사 시간에 밀려나(?)를 시작했다. 우선 유치반에 다니는 막내 딸 한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성당에 가는 것이 싫으냐?』『미사를 드리는 것이 힘이 드냐?』등 등 몇 가지 질문을 던졌었다. 상담심리에서 말하는「레포」는 충분히 형성된 셈이나 그 대답은 믿어도 좋으리라. 여론 조사의 결과 한봄이의 대답은 고개를 가로로 젓기에 바쁘다. 주일 날 다른 어린이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용기가 생겼다. 신부님 방문을 힘있게 노크했다. 자초지종을 말씀 드리고는 유치반 어린이들을 계속 미사에 참례할 수 있도록 간절히 청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은 유치반 어린이들이기에 더욱 재롱이 귀엽게만 보였다. 앞줄에 앉아서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고 있는 내 딸 한봄이의 얼굴이 그 속에 있어서 만은 아닐 것이다. 며칠 동안 풀이 꺾였던 유치반 선생님들도 다시 생기를 찾았다.
인형극으로 교리 공부를 하고 있는 율리아나 선생님의 손길은 더욱 즐겁고, 뒤에 선 나에게 살짝던지는 미소는 화사하기만 하다.
천주님 사업은 크건 작건 어떤 어려움이 있어야 더욱 다져 지나 보다. 신부님께서도 더 잘하시자는 의도 셨고 나 또한 그 뜻을 받들어야 함이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順命은 盲從과는 구별되어야 할 것 같다. 좋은 뜻이라면 언제 든지 말씀을 올려 더 좋은 길을 모색하는 것이 참다운 順命이리라.
꼬마 천사들이여! 티없이 맑게 고이 고이 자라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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