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장난 전화라해도 좋다. 성실하게 상담해보기로 순간 맘 먹었다.
고등학교 3학년생 O는 너무 키가 작아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자신의 소견으로는 자신이 하루에 두번 씩 꼬박 치루는 자위행위 때문에 키가 자라지 못하는 것같다는 것이었다.
덧붙여서 자위행위 중에는 한 여자를 상상하고 눈 앞에 그리며 진행 하는데 그래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키가 작은 원인이 자위 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죠? 그리고 그 때문에 키가 자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그만 두지 못하는건 왜죠?』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이런 비슷한 상담은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만큼 많이 받았었다.
정말로 의문점을 가진 듯한 어린 목소리도 있었고, 아무렇게나 던지듯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줌마도, 나오는 게 단백질이잖아요 참』
그런것도 모르느냐는 어투가 분명했다.
『이런 행동을 저지시키는 방법으로 선생님을 권하는 글들을 혹시 잡지 같은데서 본적은 없어요?』
대답은 간단하다. 『못 봤는데요』
혼자 있는 기회를 피하고 그러고 싶은 생각이 일어날 때 는 가벼운 운동을 하는거라고 했더니 대뜸
『아니 제가 고 3인데 될 말이냐!』고 오히려 역정내는 어른 흉내를 냈다.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O가 전화를 건 이유는 뭔가요? 이 상당원하고 같이 의논하려는게 아니었나요! 본인이 말한 것처럼 시험준비 때문에 다른 건 해 볼 시간이 없는데 한가한 사람처럼 말장난을 해요? 날씨가 더워도 맘 놓고 수영장도 못가고 공부하는 O는 지금 힘들고 짜증스럽더라도 합격의 영광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요?』단호하게 말했다.
상담원 공부를 할때 자위행위를 죄악시 당한 한 대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를 배웠다.
전화 상담은 자신을 밝힐 필요도 없고 얼굴을 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솔직한 표현의 이점과 이런 불성실한 태도로 나올수도 있는 것이다.
성교육, 교육현장에서 과연 우리 교사들은 그들에게 어떤 방법으로 어느정도의 성교육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부모들은 가정마다 자라나는 자녀들에게 어느 적당한 시기에 필요한 성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것일까.
또한 사회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빗나간 행동만을 질책하는 열성 외에 얼마 만큼의 관심으로 대하고 지도했단 말인가. 그들의 스승은(성교육의) 과연 누구이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분통 터지는 유치한 전화라 해도 우리는 진지하게 대화한다.
상담원의 수칙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그들의 대담자가 되어야만 하는 어른인 까닭이다.
옆집이 무슨 제품 공장이어서 재봉들 소리가 요란하지만 공부 방문은 활짝 열어놓고 공부하는게 좋겠다는 말을 꼭 지키겠다고 O는 말했다.
그리고 아침 일찍 뒷동산에 잠시 오르고 낮에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는 방법에 O는 그러라고 했다.
그러나 비록 두칸 되는 방이지만 장사 나가는 엄마와 함께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끝말도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건 무엇 때문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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