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여름은 어김 없이 찾아왔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오랫동안 가뭄과 무더운 날씨만 계속 된다.
언제부터일까? 여름만 되면 각 본당에서는 서로가 질세라, 캠핑을 가야한다는 표한 風潮가 만연 되었다. 우리 본당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주일학교 학생 회장을 비롯한 몇 몇 학생회 유지분(?)들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찾아왔다. 표정으로 보아 무엇인가 단단히 따져야겠다는 자세다.
『선생님! 금년에도 캠핑을 안 보내 주시는 것입니까?』 사뭇 근엄한 표정 들이시다. 다른 본당에서는 다 가는데 어째서 우리 본당만 못가느냐는 것이다.
언제 부터인가 캠핑에 대한 짙은 피해 의식이 나의 마음 속에 깊숙히 자리 잡고 있다. 고등학교 학생들과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또한 생명의 전화 인생 상담원으로 일해오는 동안 캠핑의 후유증(?)과 부작용의 상처가 너무 아프게 나의 마음속에 자리 했는지 모른다. 어쨌거나 중 · 고생들이 혼성으로 캠핑만 간다면 공연히 두려움이 앞서는 것이다. 그러니 아예 신부님께 의논 말씀조차 드리지 않고 머물러 버리니 우리 본당에서 캠핑을 못가는 원인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는 것이다.『범 무서워 산에 못가는 격이지요. 거기에 안간다고 일어날 사고가 안납니까? 다 저할 나름이지요』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러나 그 분위기에 빠져서, 또 다른 이유로 캠핑에서 돌아와 상처를 안고 울고 있는 어느 학생이, 심지어는 임신을 해서 부모님께 말씀도 못드리고 죽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생명의 전화에 호소해오는 학생이 모두 내 동생 내조카임에 어찌 함께 안고 울지 않을 수 있으랴. 그런 상처를 가슴 깊이 안고 있는 나는 아무래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주일 학교 교실이 모자라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고생하는 유치반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또 이들을 돌보느라 안타깝게 소리치시는 지도 선생님의 땀에 젖은 모습을 볼 때마다 1백여 만원씩이나 예산을 들여 물놀이를 하기에는 너무나 송구스러운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는 있으리라, 표어 또한 그럴싸 하리라,「예수님 안에서 하나의 공동체로 화합하고 신앙심을 돈독히하며 건강을 위해서」라고. 그러나 꼭 이 방법이 아니면 안되는 것일까?
나는 한참 동안 학생회 간부들과 의견을 나누었다. 고운 마음들이 상할세라 조심조심 어루만지며 진정 신앙인으로서 어느 길이 더욱 보람 된 길이고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길인가를 찾기에 애썼다. 드디어 학생들의 결론, 『선생님! 본당에서 이열 치열로 땀을 흠씬 흘리며 피정을 합시다. 주님의 부르심에 대하여 묵상하며…』
이리하여 올해도 물과는 인연을 멀리한 채 피정 계획을 열심히 의논 하는 학생들의 이마에는 성스럽기까지한 땀방울이 맺힌다.
예수님! 이들에게 축복의 손길을 주소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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