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귀 먹은 반 벙어리를 고쳐 주신 기적의 사건은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했던 메시아 시대의 징표를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때에 소경은 눈을 뜨고 귀머거리는 귀가 열리리라. 그 때에 절름발이는 사슴처럼 기뻐 뛰며 벙어리는 혀가 풀려 노래 하리라』(이사35 · 5 ~ 6)
구원의 기쁜 소식은 인간이 그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소식이다. 그런 점에서 이사야의 예언은 매우 구체적인 인간 구원의 단편적인, 그러나 매우 실감나는 묘사이다. 소경이 눈을 뜨는 것보다 더 바랄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귀머거리의 귀가 열린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까 예수께서 인간을 비참에서 구원해 주실 참된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알리자는 것이 성서 기장의 본 뜻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이 오신지 2천년이 경과한 지금 과연 세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그동안 세계는 놀랄만큼 발전했고 인간의 존엄성도 많이 인식되었고 진리를 부르짖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러나 이 세계가 아직도 주님의 약속하신「새 하늘과 새땅」을 닮기에는 멀었다. 치유받아야 할 많은 인간들이 뿔뿔이 흩어져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진실에서 먼 생활들을 하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주님께서 속히 다시 오셔서 모든것을 완성 시켜 주시고 모든 불행과 불합리한 것들, 억울한 것들을 없애 주시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그 약속은 꼭 이루어지리라 믿고 희망한다.
아직도 우리 중에는 귀 먹은 반 벙어리들이 많다. 거짓으로 가득 차서 진실에 귀 머거리가 된 세상이기에, 듣지도 보지도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차라리 그것이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믿을 수 없는 세상, 믿을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슬프기만 하다. 헌한 세상을 진실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진실만을 보고 들을줄 아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한번들은 말을 진실이라 믿고 남에게 전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세상이다. 주님께서 벙어리 혀에 침을 발라「에파타」(열어라)하셨듯이, 우리도 주님 지혜를 혀에 발라 진실을 분간하여 확실한 진실만을 얘기할 수 있도록「에파타」해야 겠다.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위해서는 예리한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통찰력이란 참으로 가난한 마음만이 가질수 있다. 욕심으로 차지 않은 빈 마음만이 사물을 올바로 바라 볼 수 있는 여유있는 마음 자세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고지식하게 받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받아들이는 여유있는 마음은 우리를 비우는데서 시작된다.
오늘 미사의 제2독서에서 사도 야고보께서『하느님께서 이세상의 가난한 사람을 택하셔서 믿음을 부유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약속해주신 그 나라를 차지하게 하지 않으셨읍니까?』라고 하신것은 의미 심장한 말씀이시다. 복음적 가난의 정신이 우리에게 그토록 매력있게 나타나는것은 인간 지혜를 어리 석게 하신 주님의 지혜가, 모두들 싫어하는 그 가난을 주님께로 가는 축복의 길이 되게 하셨기 때문 이다. 우리를 가로 막는 수많은 허위가, 거짓이 부유함에서 나오고 그것은 나와 타인에 가득차 있는 이기적 욕망에 근원을 두고 있다
가난한 마음은 주님의 소리를 못 듣게하는 온갖 장애물을 우리 귀에서 긁어 내어 주고 말 못하게 막는 많은 것을 우리 입안에서 뱉아내게 한다. 그 때 주님의「에파타」는 우리 혀를 풀어 주고 우리 귀를 열어 주실 것이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