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은 살아야한다』-무자비한 인간들의 파괴로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자연 동굴을 보존하기 위해 집념의 사진작가 石東一씨(에밀리아노)가 펼쳤던「동굴 사진전」은 신비한 자연 경관의 모습을 보기 위한 30만인과의 물결속에 대 성황을 이루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채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하는 자연 동굴을 찾아다닌지 8년만에 얻어낸 결실, 「동굴사진전」은 신비하고 경이스럽기까지한 땅 속의 보물을 세상에 알리고 그 파괴의 현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됐다. 담은 동굴사진의「지상전」을 개최, 독자들과 함께 자연 동굴의 신비를 감상해본다.
태고의 신비에 싸인 어둠속의 동굴만 찾아 다닌지 8년.
처음엔 지하에 펼쳐진 오묘한 자연에 매료되어 그 신비함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영원히 남기기 위해 무작정 렌즈에 담기 시작한 것이 나와 동굴과의 인연이다.
말로는 표현 못할 한 동굴의 신비한 종유석을 다른 각도에서 다시 잡기위해 그 자리를 찾았을 때마다 둘도 없는 신비함은 이미 잘리어졌거나 그 자리에 없어져 버리는 것을 발견하곤 했다.
그것도 한 두군데가 아니고 하나의 동굴이 발견됐다 하면 무슨 등식 마냥 파괴가 뒤따르는 것을 눈으로 봤다.
삼라만상이 조물주의 손에서 나왔을 때 모든 것은 선이었으나 인간 손에 넘어오면 모든 것이 부패한다고 말한 투소의 말처럼 신이 만든 자연의 섭리에 인간들의 사악함이 마수를 뻗쳐와 파괴의 추악함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었다.
이럴수가 있는가? 하는 분노는 나만의 것이 아니고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케이버들의 한결 같은 노여움이었다.
만물의 생성에 음양이 뒤따르고 제마다 생성의 시간이라는게 있기 마련이다.
유독 지구상의 생성물 중 동굴 속의 2차 생성물인 종유석과 그 생물만큼 그 생성 기간이 더딘 것도 드물 것이다.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나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손가락 크기의 종유석 하나가 만들어지기 까지에는 우리 나라의 역사 만큼이나 기나긴 시간이 필요한 것이 동굴이라는 특수 환경이다.
한번 파괴 되면 수백년 수천년의 시간이 걸리는 동굴속의 자연, 어떤 의미에서는 이간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우리가 골동품으로 보물이라 불리워지는 것보다 더 값진 이 자연이 만들어낸 보물중에 보물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네 이 현실에서 자연 동굴의 개방이란 돼지에 진주 목걸이나 다름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아무리 값진 보석도 그 보석을 알아 주는 밝은 눈을 가진 주인을 만나고서야 그 진가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의 이 아름다운 동굴이 요즈음 한참 지탄받는 이웃 일본에서 만약 발견됐다면 이렇게 천대 받을까 생각해보면 부끄럽기조차 하다.
조물주가 만든 지하 궁전 제까짓거야 망가지는 말든 돈벌이만 되면 그만이라는 관광 개발업자들, 거기다 남의 눈만 없으면 마구 잘라 버리는 무지한 군중, 그리고 무지한 군중의 소행보다 더 분통 터지는것은 희귀한 것만 골라 자기집이니 사무실 장식용으로 쓸어가는 동굴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의 만행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동굴의 발견 → 개발 → 훼손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 이 풍토가 사라질 때가지 동굴의 개방은 있을 수 없다는게 어린 나의 지론이다.
동굴 사진전을 마련한 계기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지난 3월 1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동굴은 살아야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동굴 사진전을 시도한 나는 개막 태이프가 잘리기도 전에 밀어 닥치는 상상외의 인파에『아 정말 잘 시작한 것이로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모두 1만5천여 장의 필름중 나름대로 간추린 1백60커트를 컬러로 인화 의뢰를 한다 액자를 맞춘다 전시장 마련에다 팜플리트와 포스타를 만든다하며 눈코 뜰새 없는 6개월을 보내면서도 늘 불안이 따랐다.
넉넉치 못한 형편에 엄청난 경비의 염출보다도 전시회와 함께 있을지도 모르는 선배 동료들의 준엄한 꾸짖음이 더 걱정이었다.
『애송이가 뭘 안다고』
『굿보다는 젯밥을 노리는 짓 일거야』
『몇년 다녔다고』등 충분히 넘겨 집을 수 있는 구설수가 더욱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정작 많은 선배들이 젊은 기백이 아니면 이 엄청난 계획을 할 수 없다느니 너라도 이렇게 해주니 우리는 부끄럽다는 등의 격려에 큰 용기를 얻었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