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희는 한 살 아래의 순주라는 여동생과 단 두 자매가 나란히 자랐다.
순희는 금년 들어 더욱 동생과 사이가 벌어 져서 한 집안에서 말도 잘 안한다.
요즘 연년생의 자녀를 두게 되는 젊은 어머니가 겪을 수 있는 괴로움이라고 할 수도 있다. 순희가 돐에 아우를 봤다.
『귀여워 하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어 둘이만 있게 하지 못했죠』
어느 새 아우의 눈을 손가락으로 찌른다거나 손가락을 물어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 엄마가 얘기한 걸 기억한다.
순희의 동생은 언니와 학교가 다르다. 서로 자기 학교가 좋다고 우기며 싸우기도 하고, 학용품을 갖고 다투기도 한다.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옷도 같은 색, 같은 모양의 것으로 입혔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때도 자주 싸운 것으로 보아 서로 사랑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순희 어머니는 계속 한숨이다.
『요즘은 순희가 졸업반이 되어 밥상도 일찍받으니, 두 아이는 몇 일이가도 얼굴을 맞대는 일조차 없었지요.』
공부에는 경쟁심이 없는지 둘다 중간 정도를 유지해 왔다고 했다.
『그럼 순희가 저도 그런 가방을 사달라고 했던가요?』
지난 봄 순주가 수학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순희에게도 똑같은 여행 가방을 사주었다는 그 엄마 말에 물었다.
『뻔한걸요, 순희가 화가 나서 말도 안하고 제 방문을 잠글걸요.』
어려서 장난감 때문에 겪은 순희 자매의 얘기를 몇 가지 덧붙였다.
평소의 순희는 의젓하기만한 온순한 아이다. 동생 얘기를 할 때면『걔는 한마디로 웃기는 아이예요.』
이렇게 결론 짓는다.
동생이면서 언니 같이 행세한다고 했다. 한번도 언니라고 자기를 호칭하지도 않았고, 부모도 고치려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별로 불만으로 삼지는 않았다.
요즘「삼강오륜(三綱五倫)」을 강조하는 교육이 되지 못한다 해도 한 가정의 질서는 유지 되어야 함을 크게 느끼게 하는 자매다.
한 살 차이의 형제 자매 간에 이름으로 부르고「야, 자」로 통하는 경우가 95%이상 인 것을 수업 중 조사에서 간단히 알아 본 적도 있다.
이런 걸 또 부모는 당연하게 받아 들인다.
어린 날, 내 부모가 서로 경어를 사용하는 걸보며 자라서 인지 요즘 젊은이들이 완전 반말을 쓰는 내의를 보면 거부감이 생기는데, 시대 착오일까.
내 물건을 나누어 쓰지 않으려는 순희 자매는 자매의 사랑을 나눌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건 내 수건이고, 이건 내신이고, 이건 내…』
우리의 것이기 전에 내 것을 주장하는 순희들은 위생적인 사고이고 주체가 뚜렷한 때문일까.
내 식구, 내 형제, 내 자식만을 생각하는 사고도 바람직하지 못하지만 한 지붕 밑에서 한 부모를 갖게 된, 한 핏줄의 사랑을 모르는 것은 더 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쌀쌀한 아침 바람을 느끼며 나는 순희에게『형제는 용감 하였다』라는 영화 얘기를 해주었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형제가 사이가 좋지 않아 심하게 다투지만 결국 적과 대항하게 되자 형제애는 뚜렷하게 확인된 얘기.
포동 포동 살찐 순희의 손등을 쥐어보니 따뜻하다『이 다음 순희가 낳은 아이들이 매일 사우고 서로 정답지 못한 걸 보면 어떨까?』
동생이 미운 이유도 뚜렷치 않지만 내 살갈이 아끼지 못하는 이유 조차 불투명한 자녀들로 해서 괴로와 하는 부모들은 그 이유가 자신들의 무비판적인 무 질서가 원인의 한 부분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자매란 어떤 사이, 어떤 관계인가를 철부지 때부터 부모는 가르 쳐야 한다.
공부를 잘해야 장래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 말고 또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를 잘 생각하고 실시해야 한다.
그러면 순희 어머니가 순희 일기장을 보고『나는 순주가 없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에 놀라는 일은 없지 않을까.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