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일이 잘되어 나갈 때 하느님께서 함께 하심을 인정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욕과 실패, 고통과 불행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하심을 인정하고 그 모든것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오늘 미사 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모욕과 고통을 받아들이며 그속에서도 주님이 함께 하심을 확신하고 야훼의 종, 곧 메시아의 모습을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나는 때리는 자들에게 등을 맡기며 수염을 뽑는 자들에게 턱을 내민다. 나는 욕설과 침뱉음을 받지 않으려고 얼굴을 가리우지도 않는다. 주 야훼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 조금도 부끄러울 것 없어 차돌처럼 내 얼굴 변치 않는다… 하느님께서 나의 죄 없음을 알아 주시고 옆에 계시는데 누가 나를 걸어 송사하랴!』얼마나 당당한 야훼 종의 모습인가? 고통받는 야훼종의 근본 자세는 이와 같이 하느님 현존 의식과 성실이다. 그의 전 생활이 하느님과의 끊임없는 관계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당신이 겪을 고통과 부활을 예언 하셨다. 그러나 제자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베드로 사도는 펄쩍 뛰며, 『주님 안됩니다. 결코 그런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마태 16장 22)하고 만류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를 엄히 꾸짖으시며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인간적인 생각에만 젖어있다고 나무라신다. 그리고는 이어서『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한다』고 당신 뒤를 따를 자들의 운명(?)을 밝히셨다.
「절개 없고 죄 많은 이 세상」에서 사람이 올바르게 살아가려면 고통을 받게 마련이다. 옛부터 예언자들은 박해 받아 왔었고, 옳은 소리하는 사람들을 많은 이가 싫어 했다 더구나 자기와 관련된 일이 비판받거나 더욱 일난받기를 싫어한다. 「쓴약이 몸에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싫은 소리는 당장 듣기 싫어하는 것이 대개 우리들의 좁은 마음이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를 싫어하고 욕하고, 심하면 글을 불명예스럽게 매장 하기 까지 한다. 정치가나 권력자들에 대해 흔히 저항감을 갖게되는 것도 그들은 대개 그들의 권력을 유질하기 위해 정적을 숙청 또는 잡아 가두고 심하면 죽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우리 또한 여러가지 모양으로 사람을 상처내고 죽인다. 미움과 판단과 비방과 명예훼손 등으로…
예수님의 가르침은 이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를 해치고 죽이러드는 사람들도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하시며, 그렇게 오는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하신다. 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침을 뱉으면 얼굴을 들이 대어주고, 수염을 뽑으려면 턱을 내밀어 주고, 때리려면 등을 갖다 대어주는 적극적인 방법으로 십자가를 지라는 것이다. 나를 욕하는 친구를 미움 없이 대해주고, 나를 나무라는 사람에게 감사하며, 나의 명예를 훼손하는 자를 용서하고 관대하게 대해주며, 모든것을 참고, 모든것을 견디어내며, 사랑만을 음식으로 삼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하느님을 행동으로 믿는 자들이다.
사실「하느님께서 나의 죄 없음을 알아주시고 옆에 계시는데」인간의 하찮은 일들에 마음 흔들릴 이유가 없다. 고통받는 야훼 종의 모습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나약한 우리들에게 힘을 주고 위안을 준다. 우리구세주께서도 지고 가신 십자가를 구원 받은 우리가 어찌 마다하겠는가! 비록「죽음의 올가미가 나를 에우고 지옥의 올무가 나를 덮쳐 슬픔과 괴로움에 잠겨」있다 이 몸 할지라도「죽을세라, 이 몸 건져주시고, 올세라 이 눈 지키시고, 넘어질세라 이발을 지켜 죽이는, 의로우시고 다정하신 우리 하느님」만 믿고「나는 거닐으리라 주님앞에서, 생명의 지역에서 거닐으리라」(오늘 미사 층계송 · 시편 114 참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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