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낳은 아이들끼리 오손 도손 도우며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부모의 마음은 더없이 흐뭇한 법이다.
『엄마는 누가 제일 예뻐?』
흔히 묻는 어린 아이들의 애정 확인의 대화이다.
묻는 쪽을 강조해서 이 세상에서 제일이라고 엄마는 당연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 형제자매가 동시에 요구 할 때이다.
지독한 개인주의로 이기적인 성격인 수미는 뽀족한 성격이 두드러진 아이다.
「자화상」이라는 글을 쓰게 했는데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여동생 때문에 집에서의 자신은 형편 없이 불행하다는 얘기를 썼다.
『수미야, 친구의 동생보다는 내 동생이 공부 잘하는 사실이 자랑스럽지 않니?』.
문예반에서 대표적인 수미는 쉽게 마음을 열어 주었다.
「형제 자매 간의 다툼」을 우리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은 싸우며 자라니까, 하고 부모들은 그때 기분(?)에 따라 형을 나무라기도 하고 아우를 꾸짖기도 한다.
『부모는 명 재판관이 되라』는 말은 중요하다.
판결을 내려야 할 때 그 기준은 항상 뚜렷해야 한다.
동생이 어리니까 형의 책에다가 낙서를 해도 동생을 때린 형을 오히려 꾸짖는다면 형의 책을 잘못된 것임을 깊이 반성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제가 여섯 살때도 언니기 때문에 제 장화를 동생에게 양보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 동생은 열다섯 살이 되었지만 동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늘 보호만 받아야 한다는건 불공평하다고 했다.
샤틀 투이 필립의 「아우」라는 작품을 보면 양친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던「아리스」라는 일곱살 외동 딸이 남동생을 보게 됨으로해서 겪는 아픔을 그렸다.
어린 나이지만 양친의 사랑이 점차 남동생에게 옮아가는 것에 대한 아리스의 질투심을 잘 그렸다.
마침내 아우가 죽기 전에는 아루 음식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아리스는 의사의 왕진과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어 간다는 얘기다.
먹기를 거부하는 아리스는 더 맛있는 음식을 바란 건 아니었다.
먹고 싶지 않은 것을 먹이려고 하는 비극, 우리 부모라는 어른들은 혹시 이런 비극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옆집의 아무개는 너와 같은 나이지만 너보다 이것도 낫고 저것도 잘한다고 비교할 때 자녀들은 자존심을 상하게 된다.
더구나 형제 자매를 놓고 공부 잘하는 아우만을 내세우거나 잘생긴 아이 하나를 장난기 섞어 특별대우(?)를 한다는건 아슬 아슬한 묘기가 될 뿐이다.
『선생님, 전염병에 걸려죽거나 교통사고로 죽어도, 우리 집에서는 아깝다거나 슬퍼하지는 않을 거예요,』
술을 들고온 날 수미의 아버지는 수미의 동생을 불러놓고 다른 딸 열하고도 안바꾼다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할 때 분명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나는 내 어린날을 얘기 해주마고 했다.
오남매 중에서 넷째인 나는 약질이고 울보였다.
두 오빠는 건강하고 잘 생기고 공부를 잘 했고 언니는 노래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학급의 간부 답게 활달했다.
거기에 비해 말도 잘 안하고 늘 아프고, 언니 그늘 밑에서 고요하게 컸다.
『언제나 언니는 나를 일본의 무사인 「사무라이」라고 놀려서 나를 울리곤 했지.』
내 이마가 아버지를 닮아서 양 옆이 파인 모습이 사무라이와 같다는 거였는데 나는 사무라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섧게 울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 집에서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 같아 아무도 모르게 울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 네 아이의 엄마가 되고 보니 어디라도 부족한 데가 있는 아이에게 더 마음이 쓰이고 사랑을 내리게 된다는 얘기를 수미는 조용히 듣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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