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행위는 의로움과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차 있는가? 난폭함과 불의함을 온유와 의로움으로 대하고 주님께만 신뢰를 두고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고 있는가?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자부하는 인간치고는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감정과 기분에 좌우되고 있지 않는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 가운데는 알아 듣기 힘든 내용 들이 많다.『가난한 자, 우는 자가 행복하다』고 하는가 하면, 『죽어야 살고 생명을 버려야만 생명을 얻는다』든가『남이 난폭하고 불의하게 나올 때 온유와 용서와 사랑으로 대하라든가』 오늘 복음 말씀처럼『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 등, 한마디로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의 판단과 가치관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으셨다. 이를 우리는 그리스도에 의한 가치 전도(價値顚倒)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리스찬은 한마디로 세상을 거꾸로 사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좋다는것은 버리고 싶다는 것만 골라 찾는 바보들의 행진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모두 돈벌기에 혈안이 되어, 벌어서 모으고 모아서 사고, 사서는 회회 낙낙하는데, 애써 번 것 다 갖다 주고 내것까지 포기 해야 얻을 수 있다고하며, 남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감투를 쓰고 권력을 잡겠다고, 그래서 남을 지배하고 다스리겠다고 머리 싸매고 대드는데, 봉사하시요, 복종하시요, 순동하시요, 십자가를 지시요라고 하니…남을 짓밟고 올라서도 첫째가 될 수 없는 마당에 꼴찌가 되어 남을 섬겨야만 첫 째가 될 수 있다니 돌아도 보통 돌지 않고 서야 그럴 수가 있겠는가? 뿐만 아니라 남이 나를 욕하고 괴롭히더라도 그들에게 잘해주고 맞서서 싸우지 말고, 원수를 사랑하라니 사람 바보를 만들어도 유분수지…
그런데 우리는 그 바보 짓을 하고자 원하고 그 바보의 길을 걸으며, 다른 이들을 보고도 그 바보들의 행진에 가담하라니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 같이 생각 된다.
정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거꾸로 세상을 살아갈 만큼 우리 안에 확신이 서있는가? 아니면 하도 자주 들어온 얘기들이라 건성으로 그런 엄청난 바보 소리를 그냥 질껄이거나 듣고 있는것이나 아닌가? 실제 자신은 그렇게 살지도 못하면서 또 살려고 엄두도 못내면서 남에게 그렇게 요구나 하면서 거짓되게 살고 있지나 않는가? 모든 것을 버리고 남에게 봉사하는 것이 모든 것보다 뛰어난 첫 째가 되는 길이라 믿고 있다면 우리들의 삶은 분명히 그리스도를 맡지 않는 다른 사람들과 달라야 하리라. 그렇다면 무엇이 다른가?
아직도 세상의 판단과 생각이 나를 지배 하고 있고, 아직도 이기적 껍질 속에서 허우적 거리고 있지나 않는가?
오늘 미사 제 2독서에서 야고 보사도께서는『의인은 평화 속에 머물고, 편견과 위선이 없으며, 그래서 그의 행위는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 차게 된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모욕과 시련 속에서 과연 평화를 잃지 않고 있는가?
우리의 행위는 의로움과 자비와 착한 행실로 가득 차 있는가? 난폭함과 불의함을 온유와 의로움으로 대하고 주님께만 신뢰를 두고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뒤를 따르고 있는가?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자부하는 인간치고는 부끄러울 정도로 작은 감정과 기분에 좌우되고 있지나 않는가? 마치 어린아이가 사탕을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여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나눠주다가 마지막 사탕 한 개를 들고는 자기 것이 없다고 울어 버리는 그런 상태는 아닌가? 다 주고 나서는 남은 마지막 한개에 미련을 둔 어리석은 자는 아닌가? 큰 일에만 대범하고 작은 일에는 마음 상하는 진짜 바보같은 인생살이는 아닌가? 전 인생을 맡겨놓고 단 돈 몇 천원 몇 만원으로 속 썩이는 진짜 바보는 아닌가? 세상의 어리석은 지혜를 버리고 하느님의 참 지혜속에 살수 있도록 꼴찌가 되는 비결을 배우자. 『첫 째가 되고자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마르 · 8장 35절>(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