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피크닉」을 보셨나요】
전화 속의 한 어머니에게 나는 미국 영화의 스토리를 소개하는 자신을 지켜본다. (?)
고등학생이 된 딸의 외출이 너무 잦은 것이 걱정이 란다.
딸을 걱정하는 자상한 엄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곧 느껴지는게 있다.
주일에 교회에 가고 가끔 토요일인데도 좀 늦는 정도라니 이건 과잉보호가 지나 신경과민이다.
【열여섯살, 열일곱살】
이렇게 여자 나이를 꼽다가 갑자기 건너뛰어서 【사십이 된단다】하는 모녀의 대화가 영화 피크닉에 나온다.
딸의 옷을 손질 해 주면서 혼기를 놓치기 전에 마땅한 남자(그 고장 재벌의 아들)를 꽉 잡으라는 암시의 말이었는데 자연스럽게 딸을 교육(?)시키는 한 장면이었다.
금지된 장난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딸의 외출만을 막기보다는 이성을 사귀는 방법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어머니가 훨씬 현명하다.
외출을 막는 부모가 무서워서 굴복하는 자녀는 없다. 높은 담을 넘고, 머리를 깎으면 가발을 쓰고 집을 빠져 나간다.
우리반의 M이 그랬다.
M의 책가방에서는 책 대신 속옷이 나왔고 M은 교내에서는 유명(?)한 존재였다.
이상하리만치 명랑한 M은 전날 밤, 늦은 귀가 때문에 부모로부터 심한 꾸지람을 듣거나 매를 맞아도 이튿날 등교하면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웃고 떠들었다.
M의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간 적이 있었다. 「정신과 전문 의사」와 의논한 적도 있었지만 M의 어머니의 반대와 아버지의 망설임 때문에 입원하라는 의사의 권유를 사양했다.
빡빡 깎은 머리를 머풀러로 가리고 M은 계속 거리를 방황했다.
【집은 재미가 없어요】
국민학교에 다니는 두 남동생의 상장들이 나란히 걸려있는 방안에서 나는 M의 하얀 얼굴을 바라보았다.
방집과 다방을 매일 순례하며 남자친구들과 시시덕거리는 게 지상 최대의 재미로 삼는 아이들이 M만은 아니다.
이성 교제를 무작정 반대하는 가정의 아이들과, 무방비로 내돌린 아이들이 방황하는 그들의 성분이기도 했다. 이제 M은 결혼했고 젊은 주부가 되었다.
그러나 그 방랑벽(?)이 고쳐진 건 결코 아니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나와 상담한, 이와 비슷한 청소년들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친구와 의논하고 부모를 속여야만 했다는 그들을 어찌 해야 하나.
【날 속이고 남학생들과 놀러갔어요】
교회를 가는 줄로만 알았는데 혼성팀을 구성해서 야외를 놀러간 딸이 너무 괘씸해서 전화 속의 엄마는 어쩔줄을 모른다.
이 어머니가 돌아 온 딸을 무조건 꾸짖기만 한다면 절대로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어머니 고집 또한 대단하다.
【이젠 교회도 금지 시킬까 봐요】
은근히 화가 난다. 그토록 열심히 긴 얘기로 유도를 했는데도 막무가내라니.
【오늘 일행 중에는 도시락을 싸주신 엄마도 있을겁니다.】 좀 언성을 높였다.
지금 이 전화가 이 어머니의 딸이었다면 나는 다른 상담이 되었으리라.
【스스로 감당키 어렵고, 어머니의 반대가 깊은 이성 교제는 삼가라】고.
잦은 외출 때문에 학업 성적이 떨어지거나 가정 분위기가 흐려지는것을 청소년들여, 그대들은 결코 원치 않을테니까.
그러나 우린(상당원인 나와 그어머니) 편견을 고집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 한다.
딸과 동행하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들인가. 가는곳은 어디며, 【더 좋은곳은 이러 이러한 곳도 있으니 선택하라】든지, 그리고 이런 놀이를 하고 몇 시간까지는 귀가하라고 딸과 함께 부모가 되어야 할 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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