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란 역사적, 법적 종교적 사실 곧 진리를 증거하는 증인을 말한다 크리스찬 전통을 따라서는 바로 이 때문에 피흘려 증거하는 자에게만 순교자란 말이 적용된다.
그러나 순교란 크리스찬의 일상 생활 안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또한 지니고 있다. 성서가 말하는「박해」「고난의 세계」「가기 싫은곳」「십자가」등은 바로 이러한 뜻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곧 그리스도의 충만한 모방을 뜻하며 특히 신앙 때문에 오는 여러 어려움과 박해를 감수하고, 박해 속에서도 인내, 용기, 희망 등을 잃지 않고 진리(진리 자체인신 그리스도)를 증거하며 그로써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완전히 참여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순교의 생활이란『진리를 위해 몸바친』(요한 18 · 37)그리스도를 닮는 생활이며, 이것은 극히 사소한 일에 있어서까지 진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며, 그 표현으로서「약속」에 충실한 생활을 들 수 있다. 약속(계약)이란 구원의 역사 과정에 있어 필수적 요소요, 장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약속에 충실한 자에게 따르는 크나큰 상급과, 반대로 약속에 충실치 못한 자에게 내리는 엄한 벌은 큰 대조를 이룸으로써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결코 경솔한 자들 사이에 이루어 질 수 없는 일들이다. 한마디 말에 책임질 줄 알고 그 말에 심의를 지킬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만 가능한 일들이다. 그로써 다른 이가 그를 믿을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는 자이다. 그러므로 순교자란 하느님과의 약속에 있어 참으로 충실했던 자들이다. 그 약속 때문에 생명을 버렸고 그로 말미암아 그들의 증거는 확실해진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그 분을 모르노라 하지 않았고」그 분이 약속에 충실한 분임을 또 진리 자체 이심을 피로써 증거 했기 때문이다.
순교란 또한『예수의 죽음을 몸으로 경험하는』(꼬 후 4·10)생활이며, 그것은 진리를 위해서 치뤄야하는 희생과 고통이기도 하다. 진실을 위해서는 어떤 손해나 모멸이 닥친다 하더라고 결코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는 생활이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하찮게 여길 수 없는 것이, 거짓이란 언제나 눈 송이처럼 커져 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 사회나 한 단체안에서 진실이 존중 받지 못한다면 그 속에서의 진리의 증언은 항상 고통과 희생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편 그것은 내가『이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느님(진리)께 속한 표시』(요한 17 · 14)이다 그러니까 그들은 바로 하느님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순교란 현대 생활속에서는 진리를 증거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진리에 투신함으로써 그에 따르는 희생과 고통, 십자가를 받아들이는 생활이라 하겠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항상 주의 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일과 스스로 속지 않는 일이다. 잘못 알고 잘못 판단하면서도 진리를 주장하고 있다고 속는 것만큼 다른이에게 해로운 것도 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를 증거하는자는 참으로 겸손하지 않으면 안된다. 진리를 고백하고 증거한 뒤, 조용히 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따라오는 십자가를 말없이 받아 들여 그리스도를 따르는 길 밖에 없다. 그러기에 순교자란 결국 피흘려 죽음으로써만 진리를 증거 하게 되며, 그 죽음 위에 꽃이 피게 마련 이다. 그들은 자신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치기 때문이다. 『주여 우리 모두 이 세대에 진리를 위해 몸바치게 하소서』(한국 선교 2 백주년 기도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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