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부 1학년에서 오는 주일날 한탄강으로 소풍을 간단다. 여름 방학 동안 캠핑도 못갔으니 한번쯤 바람을 쐬고 와야겠다는 이유였다. 막아야 할 이유도 없고, 나도 그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되어 신부님께 승락을 얻었다.
계획을 짜면서 농담으로 남학생 여학생이 장소를 따로 하여야겠다고 제안을 했더니, 천만의 말씀이다. 그렇다면 못가겠다는 것이다. 항상 느껴온 바이지만 그렇게 노골적으로 의견을 피력(披歷)하는데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담임선생님은 물론 타학년 선생님까지 도움을 칭하여 감독(?)교사진을 단단히 구성하고 본당 일로 갈수가 없는 형편이면서 나도 가겠다고 한마디 던져보았다. 학생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교장선생님은 빠지시는 쪽이 더 좋겠어요』라고 반응을 나타낸다. 물론 가자고 해도 못 갈 형편이 있지만 순간 얼마간의 섭섭한 마음이 스쳐감은 역시 부족하고 교만한 인성 탓이리라.
나는 언제부터인지 주일학교 학생, 특히 중 · 고생들에게서「호랑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평소에 학생들을 관심 있게 지도하다 보면 저희들의 뜻대로 따라주지 않는 내가 때때로 원망스러웠겠고, 본분에 어긋나는 처사가 있을 때는 가차 없이 실제 형편으로는 이들이 소년원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 무서운 것은 관심조차 없이 방치 상태에 있는 점이다. 나는 여기서 最後의 堡壘로 남아 청소년을 지켜야 할 곳은 교회 밖에 없다는 확신(確信)이 있기에「호랑이」란 별명도 不辭하고 지도의 눈초리를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다.
교회는 지켜야할 가치관을 제시한다. 언젠가 추기경님께서『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지켜야할 가치관을 상실하고 있어 조국의 장래가 염려스럽다』고 하셨다.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흔들리고 있어 뚜렷한 가치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후로 남은 곳이 바로 우리 교회인 것이다. 적어도 교회에서 만이라도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져 주어야겠고 안식처를 마련해 주어야 할 것이며 감시 감독이 아닌 지도로 바른 길을 걷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다해야겠다. 우리 학생들이 보람있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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