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서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다. 그러므로 사람은 그 부모를 떠나 자기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하느님께서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라 놓아서는 안된다』 (마르꼬 10·6~9) 예수님의 이 말씀은 당시의 윤리적 상황으로 보아 혁명적 발언이었다. 혼인의 不可解消性과 單一性, 合一性 등은 당시 여성의 신분과 사회적 대우로 보아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제자들도 이 말씀을 못 알아듣고 집에 돌아와서 다시 물었다.
당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했던 여성과 어린이들에 대해 예수께서 가지신 태도는 당시 사람들로서는 놀랄만한 일이었으며 2천년이 지난 오늘날에 와서도 예수께서 가르치시고 보여주신 모범이 제대로 실현 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예수님의 이러한 태도와 가르침을 여성 해방 또는 여성 운동의 지침으로 삼는 자도 있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은 그보다 더 높고 깊은 차원에서 이해 해야 할 것이다. 즉 그 말씀은 인간의 고귀함과 존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봐야겠다.
오늘 미사 제 2독서의 말씀처럼 사람을 거룩하게 해주시는 분과 거룩하게 된 사람들은 모두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들을 거리낌없이 형제라 부르셨다. 그리스도 안에 일치 되어 거룩하게 된 사람들은 깊은 사랑의 유대로 묶어져 하나가 되어 있다. 그들 모두가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몸을 이루고 있다. 우리 모두가 그리스도안에 한 형제요, 한 가족이라함도 이렇듯 고귀하고 유일한 한 원천에서 나온 사랑의 유대로 묶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가족」이란 말로써 표현되는 유대 관계는 참으로 깨끗하고 맑고 순수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말한다. 아직 속된 이해 관계로 더럽혀지기 이전이 어린 시절의 가족 관계란 참으로 복된 공동체의 모습이다. 내것, 네것 그리 따지지 않고 줘도 아깝지 않으며 잘되면 함께 기뻐하고 못되면 함께 아파한다. 만일 그렇지 못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가족 관계라 볼 수 없다. 그러니까 사람이 욕심에 눈이 멀고 자기 앞 치레에만 급급하게 된다면 이미 순수한 가족 관계는 무너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진정한 가족관계에는 성적구분과 바라 봄도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다.
동물적 폐륜아를 제외하고는 가족간의 시선에는 아무런 욕정도 욕망도 일지 않는 순수한 사랑 그 자체일뿐이다. 청소년의 성교육도 이와 같은 가족 간의 순수한 사랑의 정신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참으로 이상적인 것이 될 것이다.
사랑안에서의 가족 관계는 다수와 하나가 같다는 등식이 성립 된다. 그래서 삼위 일체의 신비는 가족 공동체의 사랑속에서 매우 잘 이해될 수 있으리라 생각 된다.
그러기에 크리스찬 공동체란 바로 이러한 사랑의 가족 공동체를 닮은 이상적 공동체여야 할 것이다.
사욕이 없고 서로 믿고 사랑하고 서로 힘이 될 수 있는 피보다 진한 사랑의 가족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아니 참으로 고귀한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가족들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모두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는 모두 아버지요, 어머니요, 오빠요, 누이요, 동생일수밖에 없다.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다』 (마태12 · 48, 50). 우리는 결코 외로운 고아가 아니다.
초대 크리스찬의 깊은 사랑의 유대 관계를 보고 로마인들이 『보라 저들은 얼마나 서로 사랑하는가!』하고 감탄하고 부러워했듯이 우리 모두 사랑으로 결속된 한 가족임을 자각한다면 우리의 인간 관계는 바뀌어 지지 않을수 없을 것이며 그렇게되면 하느님은 우리 안에 계실 것이다. 『우리 서로 상하면 하느님이 우리안에 계시고 하느님의 사랑도 우리안에서 완성되리라』 (오늘 미사복음전 노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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