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이유일까요?』
미진이의 어머니는 사뭇 울상이다. 국민학교 때는 반에서 다섯째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미진이다. 중학교에서는 죽 상위권 열째를 들락이다가 중학교 삼 학년때는 중간 정도.
그 미진이가 이제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할만한 중요한 학년에 이르러서는 예비고사를 걱정하게 된 것이다.
새벽부터 졸업반 학생들의 생활은 꽉 짜여져 있다. 밤 열한 시까지 오직 공부하는 벌레가 되거나, 작동된 기계가 된다.
미진이는 똑똑한 아이다. 그런데 공부는 못한다.
졸업반을 맡고 있는 교사들은 부모와 똑같은 심정으로 아이들을 쥐어 짠다. 「고 3병」이란 별난 새 단어가 나오게 된 시기에 미진이의 문제는 단순할 리가 없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내 아이가 공부를 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유독 우리 사회에서만은 병폐적인 양상으로 나타난데는 분명 사연이 있을 것이다.
본 지면에서도 두어 번 이로 인해서 앓고 있는 소녀들을 사례로 기술한 바 있었는데 그 공통점은 과욕을 부리려는 어른들이 배경으로 있었다.
아직 미진이는 아무런 증세가 없다는걸 어머니와 공감하면서 현실로 받아 들이도록 했다.
『미진의 고향에는 할머니 댁도 있으니까 지방 대학으로 진학 할 수도 있다고 마음을 좀 여유있게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예비고사를 며칠 앞두고 어머니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미진이의 아버님이 상당 하신 사회적 지위에 있고 두 오빠가 모두 명문 대학에 재학하고 있지만 미진이는 자신의 능력에 맞도록 진로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우리의 연구가 부족하여 많은 어린이의 학습 부진증을 이해 하지 못했고, 적절한 지도를 베풀지 못했다. (中略)
저자는 이 책을 씀에 있어 이 학습 부진증을 가진 아이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또 가장 효과적으로 또 헌신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분은 부모 밖에 없다는 확고한 신념 하에 이론을 떠나서 실제적인 면에 중점을 두어 가정에서 부모님들이,』 (全貞宰著「똑똑한 우리아이 왜 공부를 못하나」에서)
민진이의 어머니는 처음 아리송한 표정이었다.
결국 학습부진은 부모의 책임이었다. 모든 학습부진의 원인은 부모의 가정교육에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공부 못하는 아이」심지어는「나쁜 아이」라고 단정하고 미워하기까지 하여 아이들을 불행하게 하고 부모 자신도 괴로움을 겪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 너무나 많다.
최근에 상담을 해오는 청소년의 문제 분류는 진로 상담 내지는 학습 부진에 대한 부문이 상당히 많다.
본인은 열심히 공부하는데 결과는 신통치 않다고 고민하고 경우도 있다. 『일학년 때는 반장이었어요. 이학년 때는 안했죠』
나와 함께 의논해서 힘을 내자고 격려하며 바로 몇 시간 전 전화 상담한 여고 삼학년생의 고백이었다.
이제는 10등 선까지 하락한 자신이 밉기도 하고 어떤 운명적인 걸 예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47분동안이나 우리는 학습 부진을 놓고 예기했다. 『이제 기분은 어떠한가?』
훨씬 불안감이 덜어졌다고 말하는 그 학생이 꼭 미진이의 그 모습을 연상시킨다.
대체로 첫 아이에게 많이 있는 학습 부진증의 원인인 집중력 부족이 미진이에게는 있었다.
골치가 자주 아프고 어지럽게 글씨를 쓰는 미진이.
그러나 어려서는 귀염둥이였고 똑똑했던 미진이의 학습 부진은 그 당장에 교정 하기에는 시기가 늦어 있었다.
미진이의 어머니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빨리 발견하고 전문가와 선생님과 손잡고 지도하면 반드시 구제된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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