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이 없었다.
내 몸도 경직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유난히 추운 밤이었다. 좁은 가게에 연탄난로가 안을 덥게 하기에는 어설프기만한데 그 아이들은 술에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고 있었다.
유난히 창백한 얼굴들.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주저 앉은 모습들이 가련하게 보인다.
종로 뒷골목 작은 분식점.
아는 얼굴, 모른는 얼굴, 모두 세명의 청소년들이 복용한 약는「아티반」이었다.
그 중 A는 조실 부모하고 이모집에 기숙하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이다.
젊고 깔끔한 그 이모를 두번째 만났을 때, 내게 호소한 말은 남편 보기가 민망해서 더 이상 A를 보살피기가 힘들다고 했다.
택시 기사의 수입으로 처조카를 데리고 있는데는 어려움도 많으리라고 쉽게 단정했다.
그런데 A의 얘기는 엉뚱했다.
직장 따라 가있는 누나는 A의 등록금과 용돈을 대준다고 했다. 그리고 적은 유산이지만 이모부가 관리하고 있는데 이모네 아이들(이종사촌)과는 너무 차별이 심하다고 했다.
『내 친구들이 가만두지 않겠대요』
키는 작지만 딱바라진 어깨를 제끼면서 A는 내게 말했다.
『그래서「아티반」같은 약먹으면 해결된다고 얘기 하려는것은 아닐테지』
A는 마주 앉을 기회가 오면 재빨리 숨기를 잘했다. A뿐이 아니고 그 친구 아이들은 그렇게 몰려 다녔다.
철늦은 바바리 코트를 입고 난로에 라도 걸려 넘어질 듯 위태롭게 걸어가는 모습이 너무 흉했다.
『몽롱해요』
깨어난 한 아이가 내게 말해 주었다. 취해 있는 동안은 꿈결 같은 기분이 되어 기분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골치가 몹시 아프다고 말하는 아티반 상습복용 청소년들. 이런 철부지들을 상대로 해서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막막한 느낌이었다.
그 날은 남편도 동행이었는데, 그는 잔뜩 이마에 주름을 잡고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환각제 복용은 세계적인 문제 거리로 확대되는 심각한 시대에 사는 우리.
그 날의 그 아이들은 대학에도 가야하는 한창 학업에 집중되어 딴 생각을 할 틈이 없어야 할 그들이었는데.
실태 파악이 어느 정도되고 있으며 단속하는 기관에서는 어떤 방안을 갖고 지도하는 걸까. 그 아이들을 다만 나쁜 짓하는 죄인으로 다스리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
A처럼 이모집으로 일찍 귀가 하기가 싫어서 방황 하는 아이들이 밖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물론 도서관도 갈수 있으리라.
그러나 많은 청소년들은 금지된 일부터 해보며 비뚤어진 샛길을 찾게되는 것이다.
만약「아티반」에 익숙하기 전에 어떤 손길에 의해 사는 방법을 깨우쳤다면 A와 같은 많은 청소년들은 거리를 헤매며 쓰레기 취급은 받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A는 지금 군에가 있다. 싸움도 잘하고 기운도 센 A는 졸업을 무사히 했다.
그러나 그 가슴에 든 멍은 좀처러 지울수가 없었다
솔직하지 않아 보이는 인상 때문에 A와의 대화를 진전하기 힘들었지만 순종하려는 노력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적어도 약물을 상습복용하는 바보 짓은 안하게 되었다
복무를 마치고나면 A는 다른 모습이 되어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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