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띠노 성인 이래, 오늘날까지「로마」를 중심으로 한 서방 가톨릭은 하느님의 사랑의 선물인 성령의 힘이 인간을 내적으로 변화시키고 성화시켜 인간을 구원한다는「내적 은총론」이 은총론의 주류를 이루었다. 이것은 인간이 하느님의 계명을 거슬러 범죄함으로써 하느님께 죄를 짓고 구원에 위협을 받고 또 그 죄로 말미암아 하느님과의 적접적인 단절을 초래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백하고 하느님의 용서를 받고 하느님과만 화해하면 된다고 봤다. 그러나 오늘날 인간의 죄의식과 구원관은 하느님과의 직접적인 관계로서의 내적 은총단계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상호적이며 공동체적인「외적은총」으로 이주하고 있고,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중심을 이루는 하느님의 살아과 이웃사랑의 일치가, 구체적 인간 상호관계를 통해 실질적이고 진실한 사랑의 실현을 이루는 것이 현재적 요청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도 요한의 말씀처럼『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랑은 거짓말장이 입니다』(요한1서 4 · 19). 그래서 은총도 구원도 사랑도 이러한 인간들 사이의 외부적 체험들 속에서 더욱 깊이 있게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19세기에 인간의 내적 성화와 피안적 구원관이 얼마나 현실 도피적이었기에 또 얼마나 이웃에게 무관심한 결과를 초래 했기에 노동 대중을 등에 업고 나온 마르크스와 엥겔스같은 이가 『우리는 하느님을 부인한다…그리하여 우리는 비로소 세계를 구원한다』고 까지 했겠는가?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은 오직 인간의 내면에만 거처하지는 않는다. 은총과 사랑은 인간 존재의 구체적 차원을 넘어 비약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성당에서는 두 손 모아 열심히 기도하는 성인이었다가 밖에 나가서는 형제를 미워하고 할귀는 악마가 된다면 그는 분명 위선자요 가짜요 양의 탈을쓴 이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지금 우리 각자가 처해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내가 어떻게해서 오늘의「나」로있게 되었으며 내삶이 변화되었는지, 또 어떻게 새로운 전망을 갖게 되었고 보다 인간적이고 보다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는지 살펴봐야겠다. 내기 지금가지 누구 누구를 만났기에 어떤 가정에서 어떤 부모 형제들의 영향을 받았고 어떤스승 밑에서 교육을 받고 어떤 공동체속에서 자라왔기에 또 무슨책을 읽었고 어느 누구의 사랑을 받았으며 어떤 친구와 사귀었고 어떤 이의 모범적 삶을 보았기에 오늘의 내가 있게 되었는가?
특히 신앙인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이 얼마나 나에게 막중한 영향을 끼쳤는지? 그 모든것이 하느님의 사랑이요 은총의 매개체사 아니겠는가? 조르쥬 베르나노스의 말처럼『모든것이 은총이다』
이러한 인간의 모든 관계가 하느님 은총의 매개체라면 나를 통해서도 하느님은 세상에, 또 다른이에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실 것이다. 나는 그 은총의 도구 역할을 잘해왔는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행위는 어떤 필연성에서 나온것도 아니요 우연하게 생겨나는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행위는 극히 자유로운 인격적인 사랑의 분출로서 이해된다. 따라서 하느님의 사랑이나 은총은 어떤 볼 수 없는 물질이나 신비에 가득찬 에너지가 아니라 구체적인「나」에게 자유롭게 행하시는 또는 함게 대화하시고 그래서 함께 구원에로 이끄시는「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활이 은총의 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사랑하며 자유와 기쁨과 평화속에 구원에의 길로 나아가는「인격적인 관계」속에서의 삶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하느님 내 힘이시여, 내 당신을 사랑하나이다』(오늘 미사 충계송시편 후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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