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름은 갈매굴, 종유 동굴로는 아마 이 지구상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굴 중의 여왕이다.
입구부터 목까지 차는 차디찬 물 속을 걸어 가면 눈 앞을 차단하고 있는 바위벽 아래로 잠수를 해 들어가야 기막힌 비경을 보게 되는 것이다.
초심자들은 차가운 물과 어둠의 공포에 입구에서부터 새파랗게 질려 버려 경관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1.6km에 연 이어져 있는 이 궁전 내부의 기상 천외한 장식들은 웬만한 배테랑이 아니고서는 음미도 못한 채 앞사람의 꽁무니만 보고 따라 다니다가 나오기 십상이다.
실제로 나도 4~5차례 이 굴을 들락이고부터 진가를 알 수 있었으니까 한마디로 황금으로 뒤덮힌 지하 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타굴은 보통 이북에서 지하로 들어가거나 수평 아니면 수직으로 뚫려있다. 그러나 관음굴은 땅 속도 분명치 땅 속 인데 계단식으로 된 4개의 폭포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굴이다. 15m씩이나 되는 설악산의 비룡 폭포보다 더크고 수량이 더 많은 폭포가 땅속에 있다면 누구나 고개를 갸우뚱 거릴 것이다.
굉음을 내지르며 떨어지는 엄청난 물소리때문에 서로의 대화는 제아무리 고함 질러도 거의 불가능하다. 랜턴 불빛이나 손짓을 이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콩심은데 콩나는 법이라 관음굴이 자리 하고있는 이곳(강원도 삼척군 도게읍 대이리)의 경관 또한 일품이다.
마을이 생긴지 3백여년, 임진 왜란도 이조 말의 풍운도 일제 36년, 8.15 해방 더구나 6.25 동란도 전쟁이 끝난 후에야 알았다는 한국 속의 이방지대가 이 곳이다.
황지에서 버스로 1시간, 산악지대로 들어가면 하사미리란 마을이 나오고 이 곳에서 해발 1천m가 넘는 양터목이란 재를 2시간 가라야 걸어 넘으면 덕항산(1045m) 아래 가파른 V자계곡 깊숙이 파고 앉은곳이 한국의 그래드 캐년이라 일컬는 대이리다.
1천m급 준봉인 갈매봉ㆍ향로봉ㆍ덕항산ㆍ촛대봉ㆍ미록봉ㆍ양터목이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병풍처럼 물러쳐져 있기 때문에 오전 11시라야 해가 뜨고 오후 2시면 해가 져버린다.
겨울의 해는 더욱 짧아 하루 2시간 이상 볼 수 없고 한 여름에도 두툼한 이불을 덮어야 한다.
이 곳에 동굴의 관리를 맡고 있고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이종대씨(48)는 11대째 이 곳에서 살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살던 11대 할아버지 이시두씨가 병자호란을 피해 이 곳에 정착한 것이 이마을의 시초, 3백30여 년전 그 때 지은 고가가 그대로 보존 되어 이씨 동생 종덕씨가 지금도 살고 있다.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건축양식의 이 집은 방안에서 양식 벽난로 모양의「콧굴」이라 불리는 난로겸 조명 기구가 만들어져있다.
온돌방 모서리에 30cm 크기의 부채꼴로 튀어 나와 천장 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이「콧굴」에 관솔불을 놓는다.
추위가 지독한 방안의 공기를 훈훈하게 하고 불 빛으로 호롱불을 대신한 이중 효과를 낼 것이다.
이씨는 11대 할아버지의 과학적인 지혜를 자랑 하고 있다.
지난 79년 전기가 들어 오기 전만해도 이 곳 주민들의 생활은 도시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문명의 사각지대였다.
그 흔해빠진 과자나 귤을 주어도 이 곳 어린이들은 어떻게 먹는것 인줄 몰랐을 정도다.
이고 23여가구 2백여명의 주민은 모두가 이씨 아니면 김씨, 타 지방사람과 결혼을 못했기 때문에 모두가 인척간으로 얽히고 설켜있다.
계곡을 따라 길게 띄엄띄엄 외따로 지어져 23가구라지만 언제나 사람이 그리운 곳이다. 한집의 자녀수는 보통 7~8명 3대가 같이 사는 것은 보통.
이씨집에서 10여리나 떨어진 유일한 국민학교 신동국민교 대기분교는 대이리와 대기리의 45가구 어린이들을 위해 지난 67년 건립되어 지금은 전교생이 70여 명 학교가 생긴 후 마을사람들의 교육열은 대단해서 지금은 산을 넘어 도계와 황지쪽의 중고교로 유학(?)까지 시키고 있는곳 이다
그러나 국교생들만은 바깥구경을 못해 자동차나 배ㆍ고층건물은 책에서나 볼 수 있을뿐 이다.
바깥 세계와는 철저하게 격리된 이 곳이기 때문에 비경의 관음굴이 그대로 잘 보존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계속>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