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고 싶다고?…』
한 학생이 보낸 편지를 읽는 담임선생은 당혹을 느낀다.
여학생의 이 묘한 항의 (?) 앞에 이 남자 선생은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준법정신이 전혀 없는 학급 아이에게 간단하게 주의를 준 것 뿐인데 가장 석장을 메운 위협 (?)을 받은 것이다.
꾸중을 듣고 집을 나간 아이의 얘기가 잊을만하면 또 다시 신문에 나서 어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마주대하고 가르치는 아이에게서 가능성을 만났다고나 할지.
가출하는 아이는 습관적인 행위로 발전하게 된다는 얘기를 쓴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르는 아이마다 다반항하여 가출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혹시라도 엄청난 결과로 끌고 갈까봐 전전 긍긍해서 아이들을 겁낼 수는 더욱 없는 일이다.
삼년을 대학시험에서 낙방한 아들을 그 아버지는 아무말 않고 야구 방망이로 때려서 내쫓은 부자 (父子)를 알고 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골목으로 쫓겨난 아들을 뒤로 안돌아보고 대문 빗장을 걸었다.
추녀 끝에 웅크리고 덩치가 더 큰 이 아들은 묵묵히 물방울지는 땅바닥을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집안으로 들어온 아버지도 벽에 걸린 수건으로 얼굴의 빗물을 닦는데 새롭게 젖어나는 눈물을 닦아도 닦아도 솟아났다.
아버지는 방에서 울고 아들은 대문간에서 울고.
세 시간 후에 그 부자는 마주 앉아서 다시 일 년의 수험 계획을 짜고 있었다.
『왜 때려요? 아빠는 뭐 잘하는 일이 있다고 때리는거예요?』
기운 센 아들에게 차라리 밀리는 아버지가 있다면 이건 교육이 도저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얘기를 편지 보낸 그 여학생에게 해주기로 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위험한 성냥불 장난 따위를 한다면 주의를 주는게 옳다고 생각하나?』
밥상에는 손을 씻고 않으라든가 숙제도 안 한 채로 친구들과 놀기만 해서는 안 된다든가, 필요한 얘기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등을 함께 얘기했다.
『어른들은 마치 자신은 완벽한 제품 인 양 제쳐놓는 그 태도가 거슬려요』당당했다.
『맞았어 바로 그거야. 어른도 완 제품이 못되기때문에 아랫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 할수 있다는 거지』
어른답지 못한 어른.
적어도 타이르는 대상에게 이렇게 비쳐지고 있는 상태라면 아예 상담은 말아야 한다.
참으로 어렵다.
청소년들은 기성세대의 몰이해를 질책하면서 스스로는 우리 어른들에게 조금도 후하지 않을때, 답답하다.
『제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해 본 겁니다』
자살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이 세상을 버리는데 제 목숨을 끊는것이 아닌가『절망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절망이 곧 끝장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너도 말했었지?』
뾰죽해서 예민한 감수성의 여학생. 그들을 무디게 평준으로 보아서는 실패하게 된다. 자살하고 싶다는말. 즉 죽고싶다고 우리 어른들은 너무 쉽게 말을 뱉는다. 그러나 죽어버리는 일은 드물다.
아이들의 얘기는 다르다. 그 사연을 놓고 사랑으로 함께 생각하는 것 만이 해결책이다.
어른들의 푸념처럼 무심히 넘겨선 안된다.
상당한 이유라고 공감하면서 너를 이해하고싶다. 너를 돕고싶다 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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