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융희(隆熙)경술년(庚戌年)즉 1910년….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일깨워 주고 삶의 참뜻을 가르쳐 주는 천주교 신앙을 사학(邪學)으로 단죄, 1세기가 넘도록 그처럼 가혹한 탄압을 하던 이씨왕조(李氏王朝)는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세계 대세에 어쩔수 없이 뒤늦게 우물안 개구리의 잠을 깨고 미국을 비롯한 유럽 여러나라들과 수교(修交)하게 되고 1886(丙戌)년에는 이 땅에서 많은 自國의 선교사들이 선혈(鮮血)을 흘린 프랑스와도「한불수호조약」이 체결 되었으나 신앙의 자유가 법적인 보장을 받게 된 것이 아니고, 다만 외국인에 대한 우대와 치외법권 때문에 포교를 묵인하는 상태였다가 약 20년후 1905(乙巳)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종교 자유가 법적으로 인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때 노일전쟁(露日戰爭)에 승리하여 유럽열강(列强)의 승인 아래 한국을 이른바「보호국」으로 만든 일본은 이내 식민지화(植民地化)정책을 서둘러 행정ㆍ군사ㆍ경찰 등의 국가권한을 차례로 빼앗아 한국 정부가 완전히 힘없게 되자 1910년 8월 29일「병합조약」(倂合條約)이라는 것을 강압으로 체결함으로써「완전히 또 영구히」그들의 식민지로 통치하려 하였고, 조선 왕조는 간악한 술책에 빠져 역사 반 만년(半萬年)의 이나라를 송두리째 빼앗겼던 것이다.
일제는「통감부」를「총독부」(總督府)로 개편하고 먼저 언론 기관을 폐쇄하고 모든 결사(結社)를 해제 시켰으며 모든 집회(集會)를 금지, 민족적 대중 집단 활동을 강압 하는 한편「헌금경찰」을 풀어 전국 외 각지방 책사(冊舍)와 개인 가정까지 뒤져 한국의 역사ㆍ지리 또는 민족정신에 자극을 줄 만한 책자를 모두 빼앗아 불사르고 판매 금지시켰는데 이렇게 금지된 책 종류는 50종이넘었고 책수는 수십만권이었으며 또 이런 책자를 간직하거나 읽다가 들키면 처벌 당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암흑시대 겨레의 수난기에 한국천주교회 역시「총독부」의 엄격한 감시와 갖가지 법규의 테두리안에서「종교의식(儀式)거행의 자유」밖에 누릴 수 없었고 또 외국인 선교사들에 의해 사목되고 있던 때였으므로「은둔(隱遁)시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라를 잃게된 우리민족 사이에는 민족 운동과 아울러 종교를 찾는 열성이 끓어 오르게 되었으니, 그 결과 천주교의 교세도 날로 발전하여「한불조약」이 체결된 이듬해인 1888년에 신자 총 수 1만 5천 4백16명 에서 1910년에는 7만 3천 5백 17명으로 증가 되었다. 1년간 대인 명세자가 4천 4백 4명, 비상세례(代洗) 3천 4백 32명, 유아영세 3천 3백 66명이며 성직자는 1888년 당시 외국인 16인 뿐이었는데, 1910년에는 외국인 46인, 한국인 15인이며 신학생 41명, 성당은 69개 처 였다.
수도단체는 1888년에 진출한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가 명동에 본원과 인천에 분원을 설치하고「보육원」을 경영하고 있으며 1909년에 진출한 성 오딜리엔수족(修族)의 성 베네딕또 전교 수도회가 혜화동에「백동(柏洞)수도원」을 세우고 교육사업을 착수하고 있었다.
용산 함벽정에 세워진「예수성심신학교」에서는 1896년부터 8차의 서품식으로 모두 18인의 한국인 사제를 배출하였는데 그간 3인이 별세하고 1910년 현재에는 15인이던 바 그 방명은 다음과 같다. 姜道水(마르꼬) 鄭主夏(아우구스띠노) 韓基根(바오로) 金聖學(아릭수) 金元永(아우구스띠노) 洪秉喜(루가) 金洋洪(스데파노) 金紋玉(요셉) 金承淵(아우구스띠노) 孫聖載(야고보) 李尙華(발도로메오) 金命濟(베드로) 金充根(요셉) 徐 丙夏(바오로) 崔文植(베드로) 신부 등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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