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나?』
「규자」는 코에 주름 잡으며 웃었다.
가을 해가 넘어가는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규자는 어른스럽게 웃고 있다.
부모는 자녀들을 잘 잡고 있어야 되고 그 아이들과 연결된 줄을 어느 한 쪽도 놓치면 결국은 미아(길 잃은 아이)가 되어 방황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질서에 대한 보충 설명으로, 부부도 남편이 그 주도권(?)을 갖고 있어야 그 집안은 유지된다는, 대충 그런 내용도 곁들여서 얘기 했었다.
그랬는데 규자는 내게 간단한 편지를 주었던 것이다.
『…결국 저는 선생님에게서 실망 할 수 밖에 없읍니다…』
가정의 질서에 대해 이상론은 못 될지 모르지만 원만한 가정, 평화를 유지하는데 가장(남편)의 위치는 자녀들 앞에서도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얘기가 너무 강조되었었나 내심 다시 검토하면서 규자와 두 번재로 만났을때
『수업 중에 기독교적인 얘기도 피해 주셨으면 합니다』
규자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규자는 내 앞에서 말문을 쉽게 열지 않아서 시간을 끌 수 밖에 없었다.
규자는 무능한 아버지가 도대체 못마땅한데 평소에는 말이 없는 그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돌아오면 잔소리가 심했다
어머니와 자주 다투게 되고 의무도 못하면서 아버지로서의 권리(?)만 주장하는 모습은 규자네 자매들에겐 아버지를 싫어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이 되고 있었다.
아버지란, 남편이란, 남자란….
규자는 자기 아버지 얘기를 하면서 자신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까지 했다.
자기들은 국민학교에 다닐 때 부터 어머니와 이모를 따라서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하느님은 자기 네들 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확신 한다고 했다.
금년 정월에 어머니가 미끄러져서 다리가 부러졌을때, 규자는 하느님을 원망했다고 했다.
나는 고아(?)나 다름없는「미」의 얘기를 해주었다.
같은 반이면서 잘 모르는 야기고 널리 알려서는 안되지만「미」의 성장과정을 대충 얘기했다. 「버림받은 아이」가 바로「미」의 대명사였다.
친어버이로부터 아기 쩍에 버림을 받았고, 이웃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지금의 양부모께로 인계 된 것이다.
『나는 하느님같은 존재는 믿지 않아요』
「미」는 담임인 나에게 모두 얘기하면서 이렇게 결론 지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와 마주 않은 자리에서
『…그래도「미」는 감사 해야 하는거야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할 수도 있고…』했을 때 웃었던 것이다. 아주 밝지는 않았지만 흰 이를 살짝 보이고 나를 보며 웃었다.
차라리 원망스럽다는 그 하느님께 감사하자는 내 얘기가 공감이 간 것일까 살갗이 까맣고 눈동자도 까만 귀여운「미」의 얘기를 규자는 묘한 표정으로 들었었다.
그 후 규자는 내게 접근하지 않았다. 나도 굳이 부르거나 좇지 않았다.「딸은 아버지를, 아들은 어머니를 사랑하는」무슨 그런 잠재적인 본능이 아니라도 딸과 아버지의 관계가 규자처럼 되어서야 너무나 안타까왔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다룬 적이 있었다.
몇 해 전,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 때문에 불행하다』는 관념 때문에 아버지와는 말도 안하는 학급 학생이 있었다.
그걸로 해서 다른 문제점은 표출되지 않았고 깊은 상담관계를 맺지는 않았지만 그때도 나는 당황하는 경험을 해야 했었다.
딸과 아버지의 데이트.
낭만적이기까지 한, 이 사이가 증오하는 관계가 되다니. 규자는 그 후 월말고사에서 성적이 크게 올라서 나는 가볍게 칭찬 해 주었다. 그의 다른 얘기는 안했다.
「질서유지」
나는 계속해서「가부장적」(?)인 얘기를 할 것이다.
규자와 같은 입장에 있는 학생의 새로운 화살의 대상이 되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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