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시나이까
사람들은 모두 깨어나
어둠을 지우라
구겨진 마음들마다
등불을 달아라
해바라기 목이 되어
기다리는 사람들아
무너짐 손끝이나마
임의 몸을 만질 수만 있다면
고독한 돌멩이들은
비수 품은 눈길만 살아 있는데
한 여인의 몸을 빌어
사람(人)으로 오시나이까
꺼지지 않을 갈증
여린 임의 손길만이 막아 주나니
어리석은 영혼이
진정한 자유를 알도록
하늘의 뜻은
한 날을 가려
어지러운 따에 내려
산뜻한 단장을 하는
멀쩡한 겨울날의 흰눈처럼
신비롭게도 오시나이까
말구유에 누운
순한 미소 앞에
영롱한 눈물만을 바쳐야하나니
우린 동방박사 등위에
진정으로 끓어 앉아
무엇이든 다 드리고자 하나니
무료한 밤 허리를 베고
선명한 걸음으로
옹색한 내 안에도
가득 차도록 모셔야하나니
밤새 퍼덕이던
나비는 날개를 접고
한가롭게 쉬고 있는
고추잠자리도 숨소리 죽이며
더구나 기침같은 건
절대로 멀리 감추고
그리고는 사람들아
눈마다 크게 열고
귀를 세우고 앉아
참으로 거룩한 이의
나심을
똑똑히 알아야하나니
이 기쁨 다소곳이
다 함께 나눠 가지며
모두 일어나 춤을 추어야하네
기쁜 사람은 기쁘게 춤을 추어야하네
슬픈 사람은 슬프게 춤을 추어야하네
아픈 사람은 아프게 춤을 추어야하네
외로운 사람은 외롭게 춤을 추어야하네
고운 사람에게 입맞추며
미운 사람도 다정하게
죄인들은 일어나
서로 서로 용서하며
손을 잡고 춤을 추어야하네
침략자도 끼워 주자
비겁자도 끼워 주자
배신자도 끼워 주자
살인자도 끼워 주자
간음한 자도 끼워 주자
죄인들은 얼싸 안고
서로 서로 위로하며
서로 서로 위로하며
눈물로 춤을 추어야하네
지존하신 그 분이
벌레만도 못한
우리들 틈에 끼어들려고
사람(人)으로 오는데
누구라도 손을 잡아야하네
높은 산도 깊은 물도
철저하게 다스릴
소중한 이 아기를
어미품이 되어
한껏 따뜻하게 맞아야하네
그래서 우리는
아주 평온하게
피리를 불고
조심 조심 부드럽게 안아야하네
누구도 몰랐던 사랑을 알게 하려고
고독한 그 분의
혹독한 보속이
다만 죄인을 위해서 시작하나니
철모처럼 튼튼했던
온갖 탈을 벗고서야
가엾게도 눈은 떠지고
새벽같은 빛을 보나니
엄청난 이 시대를
버리지 않고
약속한대로 정녕
아아 참으로 그렇게
오시나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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