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는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된(창세기 1장 27절) 인간이 인간다운 존엄에 상응하는 삶을 유린 당하고 하느님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리가 짓 밟히고 있는 사람들의 호소를 들으며 동시에 창조주의 뜻이 거역되는 이러한 현실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바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 존엄성의 완전한 회복자로서 끊임없이 당신의 메시지를 우리들에게 전하시는 바와 같이『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주고 눈 먼 사람들은 보게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 해야 함』 (루까 4장 18~19절) 교회의 사명을 우리는 재삼 천명 하고자 합니다.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는 대림 제 2주일을 인권 주일로 정하고 그 첫 인권 주일을 맞아 인간이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우리 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교회의 기본원칙
1, 모든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창조되었고 예수 그리스도께 구원되었으며 하느님과 더불어 완전한 존엄과 행복을 차지할 위대한 존재입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잉태된 태아까지도, 생명과 신체에 대한 신성 불가침의 천부적인 권리가 있읍니다.
2,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 그리고 자유와 평등은 민주 사회의 지배적 이념이며, 하느님의 정의실현을 위한 구체적 전제입니다. 민주주의 그것을 이룩하는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를 또한 요구하고 있읍니다. 민중이 창의력을 가지고 그 주체로서 참여하는 민주주의로써만 비로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건설될수 있읍니다.
3, 정치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서 존재하고 그 안에서만 정당화 될 수 있읍니다. 법과 제도는 인간을 위하여 있는 것이지 법과 제도를 위해 인간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법과 제도는 인간의 생명과 질서와 정의를 위해서 존재 하여야만 합니다. 모든 사람은 양심의 옳은 규준을 따라 행동 할 권리를 가집니다. 양심은 인간의 가장 심오하고도 신성한 근본이요, 인간이 거기에 복종 해야 할 규범입니다.(현대세계의 사목헌장 16항).
4, 화해와 평화는 단상의 응변이기 보다 실천에 옮겨지는 것이어야 하며, 잠정적 타협이나 속임수가 아니라 깊이있는 형제애의 관계속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 나가는 결단이어야 합니다. 화해는 정의와 진실에 바탕을 둔 화해여야 하고, 공동선과 일치하는 화해여야 하며, 인간성과의 화해이어야 합니다.
5, 이 세상의 재화는 그 본질상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 사회적 성격은 창조주께서 정하신 법칙, 즉 현세의 재화는 정의와 공공목적을 위해서 있다는 법칙에서 유래합니다. 창조된 재화는 사랑을 동반하는 정의에 입각하여 공정하게 풍부히 나누어져야 합니다. (현대세계의 사목헌장 69항). 모든 재화의 소유자는 잠정적 관리인이며, 따라서 공동선을 손상시키는데 사용 되어서는 안됩니다.
6, 노동자와 농민들이 자신들의 인간적인 존엄에 상응 하는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경제적ㆍ직업적 이익을 달성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기구를 조직할 권리와 또한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그 조직 내부에서 자치적으로 활동할 권리는 자연적인 것입니다.(어머니와 교사22항).
7, 사람이 스스로 더욱 가치있게 되고 자신을 완성하기 위하여 자기 주변의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려는 노력은 자기발전의 권리에 기초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 발전의 권리는 개인과 국가와 공동체의 갈망에 뿌리 박고있는 기본적 인권의 생동적인 발로 인 것입니다. (세계정의에 관하여 3항, 제2차 세계주교시노드메시지).
8, 우리는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도행전 4장 20절). 양심에 따라 생각할 권리와 알고 알릴 권리는 병행되어야 하며 또한 자유스럽게 보장 되어야 합니다. 정보의 권리는 이미 개인이나 권력의 특권이 아니라 공익자체의 요청인 것 입니다.
9,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는 죄악 가운데 고문만큼 잔혹하고 야만적인 것은 없읍니다. 이것은 인간 문명을 손상시키는 행위이며, 불의를 당하는 사람보다 불의를 자행하는 사람을 더럽히는 행위로서 창조주께 대한 극도의 모욕인 것입니다. (현대세계의 사목 헌장27항).
10, 이러한 원칙들을 확인, 실천함에 있어 우리교회는 사랑과 화해의 계명과 정신으로써 그것을 이룩하여야 할 것 입니다. 또한 우리교회는 하느님과의 일치는 물론 전 인류와의 깊은 일치를 표시 하고 이루어주는 표지요 도구라는 것(교회에 관한 교의 헌장1항)을 명심 해야 할 것 입니다.
현실적인 문제들
11, 사회의 질서, 제도, 윤리, 법률은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그 토대로 하고 있읍니다. 인간 생명의 권리와 그 존엄성을 외면한 채 무분별한 피임, 불임수술 인공유산을 조장해 온 공권력의 남용은 단호하게 배척되어야 합니다.
낙태행위등 인명경시의 풍조가 만연되는 사회는 노약자와 장애자, 그리고 가난하고 힘 없는 자들이 인간답게 살아 갈 수 없는 곳 입니다. 신앙인은 물론 모든 선의의 사람들은 국가 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위하여 여하한 상황하에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수호해야 합니다.
12, 법은 형벌이 두려워 지켜 져야 한다기 보다는 인간의 양심에 따라 준수 되어야 합니다.
법은 인간의 양심과 인격을 존중할 때 비로소 존속될 수 있읍니다. 긴급조치와 같은 양심에 반하는 법의 존재를 반대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천부적 인권이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법의 제정과 운용을 거부 해야 할 것입니다.
13, 모든사람은 재판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처벌될수 없으며, 여론재판등에 의하여 사전에 단죄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이 범죄의증거가 될 수 없으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고문 행위는 근절 되어야 합니다. 고문의 완전한 철폐와 근절을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야 합니다.
14, 형사 피고인은 그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 되어야 하며, 수감중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죄명에 따라 인간에 대한 차별대우가 있어서는 안되는 정당한 급식과 건강진단 및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어야 합니다. 접견과 통신과 독서등 행형조건의 개선을 통한 수형 생활의 인간화를 위하여 우리 교회가 도울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 입니다.
15, 국가보안법의 적용은 지극히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과거 유신시대에 긴급조치와 반공법이 정치 보복과 탄압의 수단으로 악용된 사례를 지켜보아 왔읍니다. 국가 보안법의 무차별적인 적용과 처단으로 국사범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혼동을 가져오게 하고, 관계 공산주의자가 생기는것을 우리는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신앙공동체 활동이 국가보안법상의 반 국가단체 구성죄로 처벌되는 사례를 보고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수 없읍니다.
16, 당국의 그릇된 오해와 편견으로하여 혹심한 탄압의 위협 아래 놓여있는 가톨릭노동청년회와 가톨릭농민회의 활동에 대하여 깊은 성원과 관심을 가져줄것을 호소하는 바입니다. 인간의 지극이 고귀한 가치들을 지키기위하여 노력하는 이들 단체는 한국천주교회 주교회의가 공식 인준한 단체임을 거듭 밝히는 바임니다.
17, 인간의 양심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명령에 의하여 정의와 진실을 외치다가 감옥에 갇힌바 되었거나 자신의 일터와 배움터에서 추방당한 모든 사람들의 석방과 복직과 복학을 위하여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광주사태 관련자, 5ㆍ17사태와 관련된 정치범, 학생들을 비롯한 많은 수의 양심범들의 석방과 건강을 위하여 기도하고 그 가족들을 위로합시다.
18, 전체 근로자의 50%가 10만원 이하의 월급을 받고있는 현실에서 그들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외치다가 고통중에 있는 근로자들을 위하여 보살핌과 기도를 게올리하지 말아야 되겠읍니다. 그리고 실업의 위협앞에 놓여진 많은 수의 근로자를 위하여 우리교회의 위로를 전합시다.
19, 모든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사제로서의 양심에 따른 행동으로 인하여 국가보안법 위반협의로 수감중에 있는 최기식신부와 그 관련자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그리고 1심에서 사형과 무기징역등 중형을 선고받고 상소중에 있는 관련 피고인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하여 기도합시다.
20, 이땅에서의 인권의 향상을 위하여 우리가 과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탐구하여 노력합시다.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에게 감히 정의에 관해 얘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로와야 합니다 (세계정의에 관하여 9항). 우리는 우리가 정의를 이야기 함에 있어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스스로 정의로운지 깊이 반성합시다.
21, 우리 교회는 인권과 사회 정의에 있어서도 희망의 표적과 원천이 되어야합니다. 따라서 교회는 교회를 곡해하고 비방하는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교회에 도전하고 대항하는 모든 사람들을 관대와 동정으로 포용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진리, 그리스도의 정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 모든 것을 실천합시다.
1982년 12월 5일 인권주일
한국천주교주교단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