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화(肉化)의 영성
우주와 시간의 창조주이신 하느님은 우주와 시간안에 들어 오셔서 우주를 성화하시고 시간을 축성하셨다. 하느님은 인간이 되심으로써 인간을「신격화」하셨다. 그러므로 인간이 사는 목적은 하느님으로 빛나는 우주와 시간속에서「하느님다운」자가 되는 것이다. 하느님 다운 자가 되기 위해서는 육화하신 예수를 닮아서「예수다운」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예수를 닮는 것은 우리 안에서 예수가 탄생하고 성장하는 육화의 하느님이시며 참 인간이신 예수를 닮아가는 것-이것이 우리의 신앙생활이요 회개요 성화이다. 「육화의 영성」은 ⊙ 모든 피조물안에 예수를 발견하고 ⊙「하느님의 체험」과「세상의 체험」을 조화시키는 영성이다. 하느님의 유일한 뜻은 우리가 성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섭섭하게도 성덕의 길에 아무 진전이 없으며 오히려 영세한 옛날보다도 훨씬 열심히 못하지 않은가? 금년 대림절이야말로 보다 완전한 그리스도인이 되겠다는 열렬한 갈망을 실천에 옮겨야 하지 않겠는가!
모든 피조물 안에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자!
육화의 신비로 삼라만상은 눈부시게 빛나며 사물 하나 하나에는 예수의 탄생과 죽음과 부활의「인장」이 찍혀있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 안에 예수를 사랑하고 체험할 수 있다.
① 자기 안에 - 하루 종일, 여러 일을 하면서 자주 마음 깊은 곳으로 들어가 거기에 계시는 예수와 짧은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우리의 마음은 주님이 현존하시는 감실이므로 내적인 성체 조배는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
② 타인 안에 - 누구를 만날 때도 그 사람은 지금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단 한분의 예수라고 확신해야 한다. 예수를 대하는 것「처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 예수를 대한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이다. 더 나아가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해준 것은 더욱 예수께 해드린다는 신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그리스도교의 근본적인 현실은「나」라는 하나의 예수가「이웃」이 라는 다른 예수를 대하는것이다.
예수의 마음으로 이웃 안에 계신 예수를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의 행위는 단순한 선행이 아니라「예수적」인 행위이므로「神的인 사랑」의 가치를 지닌다.
③ 사물 안에서 - 삼라만상은 하느님의 사랑을 반사하고 찬양한다. 예수처럼 우리는 햇빛과 비를 보고 선한사람도 악한사람도 똑같이 돌보시는 하느님을 생각한다. 참새 한마리와 꽃 한송이를 보고 그들까지 보살펴주시는 하느님을 동경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도구, 물건, 재산 역시 하느님께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 한 것이다. 인간은 사물안에 하느님의 사랑을 꿰뚫어보고 사물과 함께 그 분을 찬양하고 사물을 통해 그분과 일치하도록 부르심을 받고 있다.
④ 행위 안에서 - 육화하신 예수의 인간적인 행위로 말미암아 우리의 모든 행위는「神的인」가치를 지닌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이 말하듯이『생생하게 육화하신 하느님은 우리의 행동안에서 매 순간 우리를 기다리신다. 하느님은 나이 펜, 나의 곡팽이, 나의 붓, 나의 바늘 끝에 현존하신다』평범하고 일상적인 행위 안에서도 하느님을 체험하려면 순수한 사랑으로 행해야 한다. 보다 큰 행위로써가 아니라 보다 큰 사랑으로써 하느님과 일치하게 된다.
⑤ 사건 안에서 - 하느님은 좋은 일에는 직접 요인자로 현존하시고, 고통스러운 일에는 당신의「수난」으로 현존하신다. 모든 고통은 예수의 수난에 참여할 때 예수와 형용할 수 없는 일치를 이룬다. 어느 신비가가 말했듯이 이 세상에서는 고통으로써 예수와 가장 긴밀하게 일치할 수 있다.
하느님은 죄에서도 선을 끌어내심으로써 인간이 자유로이 짓는 죄를「허락」하신다. 진심으로 뉘우치고 용서받은 죄를 인간에게 보다 깊은 겸손과 남에 대한 동정심과 불타는 열성을 가져오게 한다. 죄를 뉘우침으로써 하느님의 용서와 사랑을 체험할 수 있다.
하나 하나의 사건은 하느님의 어떤 메시지를 전하며 구원계획의 완성에 기여한다. 받아들이기 힘들고 이해하기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그 만큼 하느님을 체험하는 수단이 된다. 모든 사건 안에 예수의 모습을 보는 습관이 생기면 여러 사건들 속에서도 실망과 두려움에 빠지지 않고 항구적인 평화 속에 살게 된다.
⑥ 수련으로 - 이 모든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수련을 필요로 한다. 그 수련없이 피조물은 오히려 진정한 사랑의 장애가 되고, 죄의 기회가 되고 만다. 피조물 안에 예수를 사랑하려면 피조물의 외관에만 머무르지 않고 집착하지도 않으며, 불투명한 외면을 꿰뚫어 진상을 파악해 보아야 한다.
피조물의 진상은 하느님의 사랑에서 나온 작품이며 영광의 표시라는 것이다. 하느님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피조물은 그 분의 지탱없이 한 순간도 존재하지 못한다. 피조물은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자주, 잠깐만이라고 피조물의 외관을 떠나 그진상을 꿰뚫어 보고, 잠시 나마 하던 일을 멈추고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하느님을 맛 보아야한다. 이 수련에 익숙해지면 끊어질 듯 하면서도 늘「의식적으로」피조물 안에 예수를 사랑하는 경지에 도달하게 된다.
하느님의 체험과 세상의 체험을 조화시키자!
하느님은 우주의 한「요소」가 되시어 우주와 화해하셨기에 인간도 자기안에 하느님과 우주를 화해시킬 수 있다. 각 그리스도인이 자기 인격 안에 신앙생활과 사회생활을 통합하여 하느님 나라의 건설과 사회의 건설을 통일하는 것은 오늘날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하느님 사랑과 인간 사랑, 기도와 활동 - 이 두가지를 서로 조화시키지 못할 때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갈등, 불안정, 긴장 불만등의 부작용이 일어난다.
이 두가지를 조화시키려면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인간에 대한 사랑의 원천과 활력소가 되고, 기도의 활동 전반에 스며들어가 활동을 원활하게 해주어야 한다.
이리하여 하느님의 체험이 그대로 세상의 체험으로 구체화되고, 남을 위한 활동이 그대로 하느님의 사랑에도 이끌어져야 한다. 이런 사람이 되기만 한다면 우리는 인간으로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온전하고 균형이 잡힌 사람이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대 교회가 바라는 회개와 성화의 길이며 현대의 성인이 되는 길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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