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늙은 나무는 정이 청양(靑羊)으로 통하고 만년이 된 나무는 그 정이 청우(靑牛)로 화한다』(玄中記)하였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 오는동안 아카시아 숲 속을 거닐때마다 이 금언을 되새기곤 한다. 내가 사제 서품 금경축을 맞이할수 있었던것도 아카시아가 낳아준 것 이기 때문이다.
1백여년동안 조선 천주교회는 모진 박해속에서 10년, 33년, 6년, 10년 도합59년동안을 사제부재 기간을 겪어 오면서 나의 선조들은『그저 태평 성세만 와라. 기어이 내 후손 가운데 신부 하나 만들고야 말겠다』는 뼈에 사무친 집념을 새겨왔다고 한다.
1887년 5월30일 한불통상 조약이 체결 인준 되자 신부들은 상복과 버선을 벗어버리고 사제 복장을 하게 되었다.
성당터를 매입하고 성당 강당을 건립하며 서당을 개설했다.
명동에는「종현서당」, 중림동에는「약명서당」, 평양에는「기명학교」등 교회는 인재양성에 주력했다.
나는 왕림(갓등이)에서 30리 떨어진 경기도 화성군 안용면 오목천리(일명 오목내)에서 태어났다. 공소회장으로 계셨던 아버님은 내가 11세때 나를 갓등이 성당에서 운영하는「신명의숙」에 입학시켜 사제관에 기숙을 시켰다. 아버님의 깊은 뜻은『화로옆에 앉아야 몸이 뜨거워 진다』는 속셈이었다.
나의숙소는 사제관과 성당 모통이를 돌아 위치한 곳에 있었는데 그 옆에는 상여집이 있었고, 상여집과 10여m 떨어진 성당 담에 아카시아 땔감 나무단이 쌓여 있었다.
열 한살 어린 나이의 나는 매일 새벽 4 ~ 5시 사이에 일어나 머리와 잔등이, 손발을 쿡쿡 찌르는 아카시아 나무단 두단을 지어다가 사제관에 군불을 지펴야만했다.
군불을 지펴 다독거려 놓은 후 에는 우물가로 달려가 두레박질하여 미사때 사용할 물을 끓여 주수병에 담아 제의방에 갔다 놓고 다섯시 새벽미사를 알리는 종을 쳐야만 했다. 엄동설한에 시작된 나의 사제관 생활은 이렇게 계속되었다.
이러한 생활을 두 해 반에걸쳐 반복한 어느날 아카시아꽃향기가 그윽 할 제 본당신부인 김원영 신부님이 다가와서『요셉아 이리와. 그만하면 너는 신학교에 갈자격이있다. 이 귀여운것』하시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것이다.
나는 얼마나 기뻣던지 30리 떨어진 집으로 단숨에 달려갔다.
『나 신학교 가게됐어요』하고 어머니에게 대뜸 이야기 하니 어머니는『그럼 내가 신부님께 확인해 봐야지』하시면서 역시 묵주를 손에 드시고 30리길을 묵주신공을 하시면서 성당엘 갔다. 어머니의 방문을 받은 신부님은『나는 오랫동안 요셉이를 위해 기도했어요. 그동안 관찰해본 결과 신부 될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어요』하신다.
그러시면서 신부님은 오늘부터 당신 집안 순교자의 피가 묻은 묵주로 더욱 열심히 기도하면『성모님이 요셉이를 꼭 신부되게 해주실것』이라면서 어머니께 당부하셨다.
어머니는『이 자식을 신부되는 날까지 이 생명 다하여 기도하여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약속하시면서 뜨거운 감격의 눈물을 흘리셨다.
비오듯 흐르는 눈물이 손에 들고있는 묵주에 흥건히 적셔진 묵주를 매만지면서 감격해하시는 어머니의 눈물섞인 묵주를 매만지면서 나도 울었다.
나의 진로가 결정된 후 나는「신명의숙」에서 공부해서는 학당(신학교)에 갈 수 없을것 같아 신부님과 부모님에게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허락이 내려 우리집에서 20리 떨어진 수원「신풍보통학교」로 전학을 했다.
1918년 9월(노기남 대주교가 신학교 입학 한 해)나도 신학교에 입학하길 원했으나 양친과 신부님이 아직 어리다고 만류하시면서 3년후에 갈것을 종용하셨다. 당시는 3년에 한 번씩 입학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1920년 9월 13일 39명 중 일원으로 성심신학대학(가톨릭대학전신)부속중학교에 입학, 사제수업의 길에 들어설수있었다.
신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매주 토요일 저녁식사 후 성당 왼편에 위치한 루르드 성모상앞에 모두 모여 성모님께 기도를 드리는 시간이 있었다.
이 기도시간때마다『나 대신 성모님을 네 어머니로 공경하라』고 마지막으로 당부하시면서 정거장에서 눈물로 작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면 어머니를 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이며 눈물이 나곤했다. 사제 수업 12년 동안 어머니의 당부를 잠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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