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교가 낳은 탁월한 성인 중의 한 분인「아씨시」의 성 프란치스꼬 탄생 8백주년 경축을 마치면서 그 분이 지니셨던 이상과 정신을 간력히 서술코자 한다.
성인은 임종 조금 전에쓴 유언(遺言)에서 자신의 삶을 인도했던 이상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다.『주께서 나ㆍ형제 프란치스꼬에게 이렇게 회개 생활을 시작하도록 하는 은총을 주셨읍니다』이와 같이 그는 r회개의 생활」을 자신 및 자신을 따그는 형제 자매들의 생활의 이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회개는 우리가 흔히 생각 하듯 인간이 주도가 되어 내외적(內外的)으로 금욕을 실천하는 것이라기 보다 아버지의 자비가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해 당신의 진실하고도 거룩한 사랑 안에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그 은혜에 대한 넘치는 감사인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응답 이야말로 그의 회개 생활의 출발 점이 된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에 압도되고 충일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더욱 더 멸시하게 되고 자애심(自愛心)을 버리고 주님 홀로 자기안에 역사하시도록 한다.
성 아우구스띠노는 신국론(神國論)에서 말한다.『사랑의 두가지 종류가 두 나라를 낳게했다. 하느님을 멸시하는 정도까지 자아(自我)를 사랑하는데서 나오는 세속적 사랑이 있고, 한편 자아를 멸시하고 짓밟을 준비가 된 하느님의 사랑에 뿌리를 둔 천상적 사랑이 있다.』앞의 것이야말로 죄의 본질인 것이다. 인간은 죄로써 하느님을 떠나고 자기 자신을 자신의 궁극적 목표로 만들어 버린다. 한편 후자의 것은 구속(救贖)의 본질이고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문이다.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과 그 분의 통치에 자신을 복종시키면 시킬수록 그 만큼 자기자신을 더 잊고 하느님을 사랑하게 된다.
이 것이야말로 회개생활을 보다 깊게 하고 완전하게 하여 하느님 사랑의 충만에 이르게한다. 회개생활의 이 완전함과 충만함을 성인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우리는 충만한 선 모든 선, 전체선, 참된 선, 최고 선, 또한 다만 선 뿐이시며, 유일하시고 진실하신 하느님, 창조주 우리 구세주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원하지도 바라지도 맙시다.』(제1회칙 23번)
성인은 루까 복음 9장 23~24절의 말씀을 삶의 모델로 삼고 자기를 포기하는 회개생활을 해 나갔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매일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제목숨을 살리려고 하는 사람은 잃을것이요, 나를 위하여 제 목숨을 잃는 사람은 살 것이다.』
그런데 그의 회개생활에 있어 그리스도의 육화와 수난의 신비ㆍ성서ㆍ성체성사, 그리고 교회는 절대적인 힘이 되어 주었다.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이 육화(肉化)의 은혜는 회개 생활의 형태 안에 그로 하여금 전생애에 걸친 감사의 응답을 하게했다
그는 특히 그리스도의 육화에서 그 분의 겸손을 보고 있다.
한편 십자가상의 수난에서 하느님은 당신 자신을 쓰레기의 정도까지 낮추신것이다!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의 계시만큼 그의 마음을 깊이 움직이게 한 것은 없다. 그에겐『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밖에는 아무것도 자랑 할 것이 없었다.』(갈라6ㆍ14) 그는 성 다미아노이 십자고상 앞에서 자기 생애의 가장 중대한 순간을 체험했다. 전기 작가 첼라노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그의 정배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그 순간부터 그의 영혼은 그분 안에서 용해되어 버렸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 그의 몸에 흔적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리스도교 역사상 최초로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받았다.
마음 속에 불타오른 십자가의 사랑은 마침내 외적인 표시로 드러난 것이다.
그리스도의 수난을 묵상할 때마다 깊은 감동에 젖었고 눈물과 탄식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영혼과 육신 전부를 이 신비에 복종시키고 존재의 모든 힘을 다해 그 신비안에 들어갔던 것이다. 그의 전쟁애는 대중 앞에 있을 때건 은둔소에 있을 때건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이와 같이 육화의 겸손과 수난에서 보여진 사랑은 성인의 생각을 온전히 사로잡아 다른것은 거의 생각조차하지 않았던 것이다.
『프란치스꼬는 십자가라는 책에 너무도 몰입되어 생을 마칠 무렵 자기는 가난하시고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알고 있으며 다른 책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Ⅱ첼라노105)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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