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군 도계읍 대이리에 있는 환선굴을 탐사 하기 위해서는 동굴안의 수많은 호수와 폭포ㆍ석회암 벽면을 오르내리는 고도의 등반기술과 강인한 체력이 요구된다. 에어보트, 에어매트리스는 물론 각종 암벽장비와 25kg에 달하는 각종 사진 촬영기재를 가지고 행동 해야 하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팀웍이 선행 요건이다.
전진기지에서 가장 가까운 지굴은 용암굴을 석회암굴에 갖다놓은 모양이다. 말발굽 모양으로 2백 여m를 빙돌아 입구의 옆구멍으로 돌아 나오게 돼 있다. 맨 앞쪽 물기가 많은 진흙 층이 덮혀있는 바닥위 에는 짐승의 발자국이 선명 하게 찍혀있다. 입구에서 1천 여m나 깊숙히 들어 앉은 이 곳에 짐승이 살수 없을테고 이부근 어딘가에 외부와 통하는 좁은 구멍이 있지 않나 여겨진다.
다시 Y계곡으로 통하는 5백 여m의 통로는 그 옛날 물이 흘렀음을 보여주는 건조한 수로와 탕으로 연결 돼있다. 바닥과 천정이 차츰 가까와지면서 완전 포복으로 소위「바람구멍」이란 곳을 통과 해야 한다. 벗어둔 헬멧이 구를 정도로 세찬 바람, 구멍 저편으로는 큰 폭포라도 떨어 지는듯 굉장한 소리가 귀를 때리지만 일단 이 구멍한 통과하고 나면 거짓말처럼 적막이 계속되니 이상할 뿐이다.
천신만고로 겨우 빠져나와 낮은 포복을 1백 여m나 하면 바람 구멍 보다는 형편이 좀 나은 제2의 바람구멍이 또 있다. 이리저리 몸을 비틀어 빠져나와 2백 여m만에야 Y계곡에 도달한다.
Y계곡은 아래에서 위로 뻥 뚫린 거대한 광장. 길은 다시 네 갈래. 오른쪽으로 가면 천장은 높이 2백 여m. 천정에서부터 계단식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환선굴 장관중의 하나인 꿈의 폭포를 이루고 있다.
주굴의 코스는 여기서부터 1km가 넘게 꾸불 꾸불 이어진다. 최고 높이 15m에서 최하 2~3m의 크고 작은 32개의 폭포를 따라 내려 가야한다. 세찬 바람은 물 묻은 옷자락을 펄럭이게 할 정도이며 크고 작은 호수를 6차례나 헤엄 쳐가다 보면 체온은 떨어질대로 떨어져 탈진상태에 이른다.
대부분은 넓은 침니 트래버스 수상 전진 현수하강 코스-.
중간쯤 있는 높이 5m의 폭포는 최고의 난코스. 하단부는 불 규칙적이고 날카로운 암반이 오버행으로 되어 하켄이 박히지 않는다. 볼트는 가능하나 암반이 약해 믿을만한 확보 지점이 되지 못해 불안하다.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샤워 하듯 차가운 폭포물을 뒤집어 쓰며 자일을 잡자면 손가락의 힘이 빠져 자칫하면 떨어지기 십상이다.
침니와 트래버스로 체력이 달리는데다 수많은 절벽을 모두 팔 힘으로 내리기가 힘거워진다.『에라 될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리로 2~3m가량 폭포 아래 호수로 풍덩하고 자신을 내던져 버리는게 더 편해진다.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고 앞서 뛰어 내린 대원이 손을 잡아 건져올려주고-. 그러나 나는 카메라 때문에 다이빙도 못하고 끙끙 대며 내려 가야만 한다.
이곳이 절경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비닐로 4~5겸 방수 처리한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덜덜 떨며 배낭에서 끄집어내 셔터를 누른다는것은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토록 악조건에서 촬영한 계속하려면 우선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 부터 단련 할 수 밖에 별도리가 없다.
마비된 사지는 이제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해도 별 감각이 없다. 그저 희미해진 헤드램프의 불빛을 따라 로보트처럼 어기적 어기적 기계적으로 움직여 나갈뿐이다.
결국 환선굴 초임에서 처음 눈에 들어 왔던 오련폭포의 그 시커먼 구멍속으로 빠져 나오게 된다.
웅대한 국내 최대 규모에 한없이 복잡한 지굴. 모든 악조건을 고루 갖춘 환선굴은 케이빙의도장으로는 최적지이다.
옷을 갈아입고 따끈한 코피를 마시며 이를 악물고 언제나 나의 탐사를 도와주는 동생 동율(26세)이와 동인(22세)이의 얼굴을 바라보면『수고했다』는 말보다는『용케도 참아냈구나』하는 대견함뿐, 그 격전(?)은 생각조차 하기 싫어진다.
그러나 그 거친 거부 반응이 우리 형제를 또다시 유혹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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