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성탄을 전 후한 연말연시에「국군장병위문활동」이 언제부터인가「불우이웃돕기」와 함께 연례행사처럼 치르어지고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군 장병들의 임무 수행이 불우한 이웃형제들이 당하는 고통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주요하고 노고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서부전선 방위 근무에 심혈을 쏟고이있는 육군제○○사단○○부대를 찾아 1982년도 성탄절을 준비하는 군종신부의 활동과 성탄을 준비하는 전선의 모습을 조명해본다.
육군 제00사단 산하 00부대는 지난 80년 3월 23일 새벽2시 북괴 무장공비 3명이 빨대를 입에물고 임진강을 건너 이 지역으로 침투하려다가 전원 사살된 의미깊은 곳이다.
아군 피해없이 일거에 무장공비를 격투시킨 그 자리에는「무장공비 사살기념」이라는 내용의 자랑스런 전승비가 무덤처럼 서있다.
전승비 옆에는 변함없이 구축된 초소에서 병사가 강 하나 사이로 마주 바라다 보이는 분단된 조국의 영토에서 확성기를 통해 흘러오는 소리 소리를 들으면서 묵묵히, 그러나 빛나는 눈동자로 적을 응시하고 있다.
아무도 없는 외로운 초소에서, 빙점 이하의 쌀쌀한 추위에서 이들 초병들을 지켜주는 힘의 바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들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힘은「믿음」에 있다는 것을 감지한 군당국은 창군때부터 군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군종 제도를 도입, 종교에 의존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 기둥과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친 22.5㎞-. 50리가넘는 이 지역은 철조망으로 쌓인 둑이 거의 일직선을 이루고 둑앞 강을 사이로 남(南)과 북(北)이 갈라서있다. 따라서 경계임무는 힘들고 또한 중요한 곳이다.
육군제○○사단 군종참모부에 근무하는 김구회 신부는 강을 경계하는 부대라 하는 일명「강안부대」로 불리어지는 예하부대인 이 곳을 기자와 함께 방문했다.
『사단 산하에 산재해있는 신자들을 한차례씩 방문하는데 일년이 걸렸다』는 김신부의 이야기는 전선사목의 고충을 실감나게 했다.
대대 규모의 이 곳부대에 신자수는 20여명이지만 한곳에 밀집되어 있지않을뿐아니라 22.5㎞지역에 분산된 초소만큼 신자들도 분산 돼있다.
게다가 야간초소경계 근무를 위해 조간에 취침을 하거나 아니면 주간 경계근무에 임하는 이들에게 특별한 사목방안도 별 다른 효과는 없다.
이날 김신부는 22.5㎞를 왕복 1백여리의 전선을 방문하는동안 성베네딕또회 대신학생 일등병 선지훈(라파엘)과 분대장 등 2명에게 판공성사를 주었다. 우연하게도 가톨릭대 신학과 2학년을 수료하고 입대한 선 일병과 분대장은 무장공비를 사살한 그 자리의 그초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단지 일요일도 평일과 다름없는 일과로, 주일 미사참례를 할수없다는 것 외에는 애로가 없다』는 선 일병은『이곳에서 경험하는 군대생활은 보람속에서 살며 사제수업에도 크게 보탬이 될것같다』면서 만족해했다.
『장병의 부활과 성탄판공을 위해 일일이 초소를 방문해야 하는 군종신부의 일과는 거의 대동소이합니』초소를 찾아 판공성사를 주는 군종신부의 활동에서 새로운 보람을 찾을수 있다는 김신부는 커피나 우유를 끓여들고 야간 초소근무 사병을 찾는「커피방문」은 전방근무 군종신부는 누구나 하고있는 활동이라고 들려준다.
전선의 초소 근무 신자장병에게 후방의 성탄절 전례는 화려한 추억거리로 남을수 밖에 없다. 이들의 수고가 있기에 후방에서는 편안하고도 즐거운 구세주 탄생의 기쁨을 맞이할수 있음을 새삼 느끼게된다.
이곳 초소 경비대는 중대ㆍ소대 단위까지 3개종파 군종사병을 겸직으로 두고 이들 군종병이 신상상담역을 맡아 애로사항을 중대장에게 건의하면 즉각 시정하는 방법으로 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얻고있다.
이 제도는 지역적인 여건으로 주일 미사에 나올 수 없는 신자 병사들이 소대단위 중대단위로 공소예절을 할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어 병사들의 신앙생활을 이끌어 주고 있다.
전방 경계에 영일이 없는 이곳 초소에서는 이러한 가운데서도 불우 이웃 사병돕기 성탄카드전시 바자를 개최하고 3개교파가 합동으로 성탄프로그램을 준비, 성탄전야제를 준비하면서 각내무반에 조그마한 성탄트리 장식까지 갖추어 놓았다.
남북분단의 아픔을 성탄의 신비로 해결할수는 없을까. 구세주 내림의 의미를 이곳 전선의 성탄준비에서 처럼 강하게 느낄수 있는곳은 드물것이다.
그 동안 무려 26차례에 걸쳐 이곳 지역으로 침투를 기도해온 북괴는 80년 3월 23일 3명의 무장공비가 사살된 이후 현재까지 단 한건의 도발도 감행하지 못하고있다. 아군의 철통같은 경계태세에 감히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것 이다. 아군병사들의 이같은 정신력은 결국 군종활동의 결실이기에 60여명의 군종신부들이 전군에서 쉼없이 활동하고있는 것이다.
연말 연시 국군장병위문 활동이 유행병처럼 번지니까 의무적으로 참여할것이아니라 교회와 신자가 좀더 적극적인 방안을 강구한다면 전선의 크리스마스는 더욱 빛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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