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새아침 서울대교구의 표정은 그 어느때보다 진한 긴장감이 감돌고있다. 그도 그럴것이 한국천주교 2백주년 당해인 1984년이 바로 1년앞으로 다가선「한국천주교회 2백주년 준비의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한국천주교 2백주년 준비의 해」말뜻 그대로 서울대교구는 이땅에 스스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이 모진 고난과 박해 그리고 혼돈의 역사속에서도 질긴 생명력으로 자라나 2백년 생일을 맞는 2백주년을 준비하는해의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2백주년 기념행사의 제반 기획을 거의 확정지은 지난해말 교구차원의 2백주준비를 담당하고 진행시킬 2백주 준비 교구스탭을 구성했다. 스탭을 구성하고 83년을 맞은것은「준비의 해」를 완벽히 준비로세 보내겠다는 교구 사령탑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 풀이해 볼수있다.
2백주년 행사의 뿌리인「정신운동」을 오지영 신부 (교구홍보국장)가 맡은것을 비롯, 2백주년의 핵으로 평가되는 기념회의는 강우일 신부 (교육국장)가, 그 줄기로 비유되는 기념사업은 김대군 신부 (관리국장)가 각각 담당했는가하면 2백주년을 마무리지으면서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날 기념행사는 2백주 기념행사 사무국이 그 임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여기서 두드러지게 눈길을 끄는것은 전국차원으로 구성된 2백주 기념행사의 스탭진과 같이 교구차원의 2백주 스탭도 교구청 실무진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와같은 사실에서도 최소인력의 희생과 봉사로 효율의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서울대교구의 또다른 의지와 포석을 읽을수있다.
『교구내의 모든 행정부서를 2백주년 행사준비 체제로 전환시킨다』는 교구 지표대로『2백주년을 위해 교구 골격을 갖추었다』고 말하ㅡㄴ 2백주 기념행사위 사무국장 박신언 신부는『아직 각분야별로 실질적인 내용과 실무요원을 완비하지 못했다』면서『중앙기구의 분야별위원회가 이미 설정한바 있는 사업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연결되면 보다 치밀한 마스터플랜이 수립될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서울대교구가 교구차원에서 전개될 2백주를 준비하기위해 별도의 인원을 뽑아낸다는것은 자칫 무리가 될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왜냐하면 2백주기념행사가 전국차원으로 추진ㆍ전개된다 하더라도 행사를 담당할 위원장 경갑룡주교를 중심으로 실제적인 업무와 사업을 주관해나갈 포인트는 역시 서울대교구의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서 볼때 서울대교구의 2백주년은 실무책임자 신부들의 중복된 업무, 그리고 일선에서 뛰는 평신도 봉사자들의 겹치기 책임은 어쩌면 기대이하의 작품을 만들어낼수도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수가 없다.
그러나 무수한 인력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대교구가, 또는 무서운 잠재력을 안고있는 서울대교구가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준비하는 이 시점에서 겪는 다소의 어려움 쯤이야 뜨거운 마음으로 헤쳐나가고도 충분하다는 관점에서는 위의 우려는 한마디로 사족이 될수도 있는것이다.
현재 서울대교구가 추진해 나가고있는 2백주년 준비가운데핵심으로 집약되는 분야는 역시 기념행사. 이는 가톨릭교회의 수장이며 전세계 인류의 정신적 지주인 교황성하를 모시게될 신앙대회가 포함돼 있기때문이라고 결론지어도 거의 무방하다. 아직은 한국을 방문하실것으로「희망하는것 만으로도」 만족하고있는 한국교회가 어쩌면 우리시대에 한번으로 끝날수도 있는 교황성하의 방한을 가슴속깊이 무서운 기쁨으로 고대하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일지도 모른다.
특히 2백주 주교위에서 교황성하를 초청하는 제반업무를 위임받은 기념행사위와 그 실무를 담당하고 관장하는 섭외파트, 그리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사무국이 더불어있는 서울대교구로서는「북도치고 장구도 쳐야하는」 그야말로 다급한 처지에 있다고 볼수있다.
모든이가 기대하는 교황성하의 내한을 미리예정, 이를 중심으로 모든스케줄을 짜야하는 신앙대회 파트역시 남모르는 숨가쁨을 만끽하고있다. 교황성하가 오실것을 전제로한계획과 준비에는 예수님의 대리자인 교황성하의 위치만큼 완벽하고 치밀한 사전준비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그만큼 행사파트는 이미 섭외담당 강우일신부를「로마」로급파, 교황성하방한과 관련된제반업무를 실무진과 접촉하는등뛰어난 기민성을 발휘했다.
또한 최근「로마」에서 개최된 추기경회의에 참석했던 교구장 김수환추기경도 교황성하를 뵙는 특별한자리에서 교황성하의 초청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한것으로알려져 행사위의 몇몇부서는 그야말로 바쁜새해를 맞이하게 된것이다.
행사위는 현재 교황성하 방한 의지와는 별도로 이미교황방한을 전제로한 준비작업에 들어가 순발력과 철저함을 겸비한 또다른 면모를 과시하고있다.
사무국에 의하면 교황성하 방한에 앞서 교황청에 보낼 자료로는「한국교회사」를 비롯,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등과함께 역사ㆍ청소년ㆍ농어민ㆍ근로자ㆍ타종교실태등을 구상하거나 이미 자료준비에 들어가 있음을 알수있다. 또한 한국천주교회의 현황과 성소 그밖에 교계제도및 사목전망도 포함돼 준비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고있다.
또한 교황성하 방한시 방문지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부여, 미리 자료를 제출하는것도 포함돼있어 눈길을 끌고있으며 이밖에 국내ㆍ외기자들에게 배부할 한국교회용어 해설집도 편찬할 예정이다.
이런사항들은 우리한국교회만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교황성하가 방문했던 여러나라들이 치루어낸 준비과정이긴하지만 특이한 발생과정을 자랑으로 하는 한국 교회로서는 결코 소홀히 할수없는 준비로 지적되고있다.
「준비과정에서부터 하느님백성모두가 참여한다는 자세로 임할것」을 당부하는 윗 어른들의 뜻에 어긋남이 없도록 서울대교구는 올해들어 교구의 각종모임에서 2백주기도문을 합송하는 등 교구민 전체의 정신적인 일치를 최우선에 놓고있다.
특히 교구차원에서 계획된 각종 교육과 본당차원의 제반인사를 통해 2백주년의 의의와 취지를 부각시킴으로써 교구민전체가 함께 2백주를 맞도록 배려하는등 한국 最大ㆍ最古의 교구다운 행동력을 보이고있다.
흔히 기념행사를「활짝폈다 쓰러지면 그뿐인 꽃」으로 비유, 그 중요성을 다소 평가하는 현상에 대해 꽃이 피지않으면 결코 열매를 맺을수 없다고 강력히 응수하는 관계자들의 표현그대로 어쩌면 서울대교구의 2백주준비의 저울은「기념행사」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선조들이 물려준 자랑스런 유산앞에 현재의 신앙을반성하고 더욱 복음적이고 더욱 순수한 모습의 교회상을 회복, 한국교회역사를 재정립코자 하는 기념행사에의 의지는 쓰러지면 그뿐인꽃을 피우기 위한 헛된 노력이 아닌것은 자명하다.
오히려 복음정신으로 일치된 교회 즉 메시아적 백성인 교회모습을 이땅 곳곳에서 증거할 수 있는 값진 노력이 될것은 너무나 분명한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정성과 사랑을 모아 키운 나무가 무성한 꽃을 피우고 무수한 열매를 맺듯이 서울대교구 2백주준비의 현장은 이땅 이 민족의 가슴속깊이 영원한 복음의 향기를 심기위한 뜨거운 마음들로 끊임없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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