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시간은「호랑이 신부」라고 별호가 붙은 뽈리 심 신부가 담임교수였다.
매주 주일미사후에는 항상 교리시험이 있었는데 4본문답(가톨릭교리서 전신) 구술시험중 한글자만 틀려도 그날 식당에서 모든 학생이 보는 가운데 두 무릎을 꿇고 밥그릇을 들고 식사를 해야만했다.
게다가 반찬도 없는 맨 밥을 먹어야했으니 그 곤욕이란 말해 무엇하랴.
또한 이 벌이 세번 반복되면 인정사정없이 퇴학처분을 당하였다. 그러니 교리교사인 심 신부가 어찌「호랑이」가 되지 않을수가 있었겠는가.
방학은 지금과 같이 여름과 겨울 두번이 있었는데 성적이 미달되면 여름ㆍ겨울 가리지않고 방학을 이용하여 빗자루로 마당쓸듯했다.
1920년 9월 13일 함께 입학한 학우 38명이 2년도 채 지나지못해 18명으로 줄어든 것은 이를 잘 입증(?)해 주고도 남음이있다.
상급반인 노 대주교님반은 68명이 입학하였다고 하는데 우리반이 38명에서 18명으로 줄어들었을때 무려 53명이 보따리(?)를 싸고 겨우 15만명만이 남았었다.
식당에 들어서면 언제나 양주병인 꼬냐병이 식탁마다 한병씩 병졸 줄서듯 놓여있었다.
이러한 식탁 광경은 만주 봉천대신학교 교장신부가 시찰와서『한국 신학생은 학창시절부터 저런 고급양주를 먹느냐』고 묻도록 만들었다.
꼬냐「병안에는 간장이 들어있었으며 꼬냐「병옆에는 고추장 그릇이 놓여있었고, 숨도 제대로 죽지않은 시퍼런 김치 한그릇, 멀건 콩나물 국, 이것이 식단 메뉴의 전부였다.
목요일에는 특별 메뉴로 쇠고기국이 나오는데 그야말로 황우(黃牛) 도강(渡江)탕이다.
교실ㆍ침실 등 어디에서나 규칙을 위반하면 식당에서 무릎을 꿇고 맨 밥을 먹어야했는데 그것도 3년 반복되면 퇴학 처분을 받았다.
어느날 이번에 나와 함께 금경축을 지낸 임종국 신부가 반장 박 요한과 식당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박 요한에게 콩나물 그릇을 얼굴에 뒤집에 씌우고 간장병을 던져버려 박 요한의 가슴에는 콩나물이 주렁주렁 달렸고 온 몸에서는 간장 냄새가 진동을 하였다.
이 사건은 지난번 금경축 축하파티에서도 노 대주교님이 공공연하게 회고담을 통해 공표(?)한 것으로 이미 세상이 다아는 사실이니 결코 흉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콩나물국을 덮어쓴 채 꿇어서 콩나물을 천연덕스럽게 하나 하나 떼어내는 박 요한, 콩나물 벼락과 함께 반장직이 떨어졌고 종지기를 하던 임 신부는 종지기에서 물러나고 강원도에서 온 홍도마가 종지기를 맡았다.
두말할나위 없이 보따리를 싸야할 사건이었으나 지금 동작동 국립묘지 일대가 신학교 농장이었는데 임 신부의 조부가 신학교농장 관리인으로 있어서 이 영감님의 읍소로 겨우 퇴학은 면할수가 있었다.
매주 목요일이면 대ㆍ소신학생 전원이 동작리 (현 동작동) 신학교 농장으로 산보를 가는데 산보길에 새남터 순교성지 새남터를 경유하게 된다.
이 새남터를 지날때면 교장신부는 10명의 성직자와 수많은 신앙선조들이 붉은 피로 백사장을 물들인 거룩한 땅이라고 매번 일러주시면서 자기들도 다시 박해가 가해지면 이 백성을 위해 아낌없이 생명을 바쳐 백사지를 붉은 피로 물들이겠다는 다짐도 보여주셨다.
이글을 쓰기위해 지난 12월 9일 오후 이땅의 첫 서양식 2층 교사였던 용산소신학교를 방문했다.
이 건물은 붕괴위험으로 1957년 헐어버리고 지금은 성심여고교사가 그 자리에 서있다. 영영 옛모습을 볼수가 없어 안타까왔으나 이 학교교장 고도임 수녀가 옛모습의 사진을 구해주어 지난호에 그 전경을 소개할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용산신학교 순교자들의 시신이 썩어 만들어진 그 흙으로 빚은 벽돌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박찬도 교감선생과 그 붉은 벽돌 몇장이라도 찾아내어 절두산 박물관에 영구보존토록 하자는 굳은 약속을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교문을 나서면서 몇번이고 내「성소의 못자리」를 되돌아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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