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의 신비 전체」를 축하하는 연중시기로 접어들었다. 성탄 전날 저녁부터 주의 세례축일인 지난 주일까지의 성탄, 즉 강생 혹은 육화의 신비를 성대 하게 축하한 교회는 연중시기벽두에 우리를 혼인잔치로 초대한다. 금년 연중시기 시작에「갈릴레아」에 오셔서 하느님의 복음을 전파하시는 예수님은 또 다시 이렇게 말씀을 시작하셨었다. 『때가 다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연중1주간 월요일 복음)
오늘 주일 우리의 복음사가 요한은 예수님의 활동을 우선 제자들을 부르시는 일부터 시작하고 그후「사흘째 되던 날」가나 혼인잔치에서의 첫 기적을 기술하고 있다.
맹물을 술로 변화시키신 이 분은 누구신가? 오늘 이 기적을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시는 예수님께 대해서 이미 그신원을 여러가지로 밝힌바 있다『하느님의 어린양(요한1ㆍ29, 36)』『모세의 율법서와 예언자들의 글에 기록되어있는분(1ㆍ45)』『하느님의 아들이요 이스라엘의왕(1ㆍ49)』예수님은 자신을『사랑의 아들』이라 하면서『더 큰일을 너희가 보게 될 것』이라고 하신다. (1ㆍ50 51) 자신을 조금씩 조금씩 열어 밝히시는 그분은 오늘 가나에서 그 첫 표정을 통하여『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러나 그 분의 완전한 영광은 돌아가실 때에야 전체로 드러날 것이고(13ㆍ31,17ㆍ5), 『그 분의 때』가 이르렀을 때에(2ㆍ4, 12ㆍ23, 27, 28, 17ㆍ1)즉『사흘째 되던 날』(2ㆍ1)에 그분의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
흥에 겨워 돌아가는 잔칫집으로 가자. 친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며 노래와 춤이 어우러지는 잔칫집에는 언제나 흥겨움이 있다. 새 가정이 태어나고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이어지는 흐뭇함이 있다. 하느님은 새 신부를 맞는 신랑처럼 우리를 맞으신다. 성모님이 계시고 예수님이 부르신 첫 제자들도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잔치도중에 술이 떨어졌다. 활활타던 장작불이 사그러지듯 흥이 깨어지기 시작한다. 이때에 성모님의 청에 따라 예수님은 맹물로 즉석에서 술을 만드신다.
잔치를 맡은 사람은『누구든지 좋은 포도주는 먼저 내놓고 손님들이 취한 다음에 덜 좋은것을 내놓는 법인데 이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요!』한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를 믿게되었다고 요한사가가 보고한다. 그렇다. 예수님의 명에의해서 하느님의 새로운 감정인 교회가 새롭게 생겨나고, 자신의살과 피를 먹고마시게 하는 잔치에 우리는 초대를받았다. 매순간 이세계의 어디에선가 이 잔치가 벌어지고 있고 우리 성당에서도 매일 이루어지고 있다.
성모님과 제자들이 예수님을 모시고 새로운 믿음의 공동체로 어우러졌듯이 오늘 우리도 크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새 사람으로 살아가고있다.
그런데「잔치도중에 술이 떨어진다」면 사람들은 흩어져 갈 것이다.
교회공동체에, 그것이 본당전체이건 본당의 조그만 활동단체이건 본당의 조그만 활동단체이건 성직자단이건 수도공동체이건 세상사랑들을 진정으로 흥겁게하는 술, 믿음과 사랑의 술이 떨어진다면 아무리 함께 즐기자고 외쳐본댔자 사람들은 슬금슬금 빠져나갈 것이다.
흥이 없다면, 정겨움이 없다면 그 가정은 스산할것이고 그 공동체는 매력을 잃을것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섭리는 오묘하여 교회가 있고부터 지금까지 우리가 살고있는 이세대, 전쟁과 공포ㆍ불의가 남발하는 이세상에 아직도「좋은 포도주」는 얼마든지 남아있게 해주셨다.
정의를 위해서 자신을 바치고 이웃을 위해서 모든 것을 내어놓고 형제를 위해서 자신의 생애를 바치는 사람들이 있는한, 세상 여기저기 남녀 수도원에서 찬미의 노래소리 가울려 퍼지는 한, 양떼를 위해 자신의 생애를 송두리째 바치는 성직자들이 있는 한, 서로 상대방을 위해서 살고있는 부부들이 존재하고있는 동안 이 사랑과 믿음의 숨은 얼마든지 있게마련해주셨다. 아무것도 아닌 맹물인 우리를 흥겹게 해주는 사랑의 술로 변화시켜 주시는 예수님께서 우리 가운데 살아계시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잔치에 참여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 좋은 포도주가 아직까지 있으니 웬일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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